[ 추가영 기자 ]
1981년부터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이끌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93)가 15년 만에 총리로 ‘컴백’한다.
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가 주도하는 신야권연합 희망연대가 하원 222석 중 113석을 확보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됐다. 전 세계 국가 정상 중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92)을 제치고 최고령이다.
마하티르의 총리직 복귀는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 스캔들이 도화선이 됐다. 나집 총리가 2015년 국영투자펀드 1MDB에서 수억달러 상당의 나랏돈을 비자금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마하티르 전 총리는 나집 총리의 퇴임을 종용하다 거꾸로 당에서 쫓겨났다.
3년간 절치부심하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과거 정적이었던 야권과 손잡고 정계 복귀를 시도해 결국 승리했다. 통일말레이국민기구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은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기존 131석 중 52석을 잃었다. 국민전선은 말레이시아가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야당으로 밀려났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지자들 사이에선 1980~1990년대 경제 발전을 이끈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받지만 비판자들 사이에선 ‘철권통치 독재자’로 평가된다. 외과의사 출신으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집권 22년간 ‘한국과 일본을 배우자’는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과 ‘2020년까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와와산 2020’ 등을 주창하며 산업화를 추진했다. 그의 집권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1981년 250억달러(약 27조원)에서 2003년 1100억달러로 4배 늘었다. 한국에선 ‘말레이시아의 박정희’로 불리기도 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다음달 석방되면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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