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 생활한 게 자랑?"… 인터넷TV '교도소 방송' 봇물

입력 2018-05-10 17:44   수정 2018-05-11 13:15

"나도 가볼까" 청소년들 열광
"준법정신 흐리고 범법자 미화" 지적

전과자들 출연 경험담 소개
시청자의 70%가 10~20대
조폭·음란 방송도 우후죽순

'표현의 자유 제한' 비판에
방심위 심의는 신고건수 10% 불과



[ 조아란 기자 ]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데, 그래도 가까운 건 주먹이다 이 야. 꼽냐?”

10일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의 한 방송 동영상. BJ(진행자)가 시청자들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BJ는 이날의 방송 게스트를 ‘깡패이자 감옥에만 20년 있었던 형님’이라고 소개했다. 출연자들이 “반대 조직에서 작업할 때 우리 연장 다 깨졌다”는 식의 살벌한 얘기를 풀어내자 채팅창에는 “진정한 상남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신이 난 출연자들은 모형 총으로 머리를 긁고 자기 뺨을 다섯 차례 연속으로 때리면서 호기를 부렸다.

◆‘교도소 방송’에 환호… 조폭 방송까지

‘엽기 먹방(먹는 방송)’ ‘벗방(옷 벗고 하는 방송)’ ‘야방(야한 방송)’에 이어 ‘교방(교도소 방송)’까지 인기다. 교방은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고 나온 전과자들이 감옥에 간 경위와 교도소 생활에 대해 들려주는 방송이다. “××소년교도소 노래를 듣고 싶으면 별풍선을 달라”며 교도소에서 배운 노래를 불러주는 식이다. 훈제닭, 콜라, 떡갈비, 소시지 등 교도소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몰래 제조해 먹는 ‘징역 찜닭’ 등도 만들어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세상 살기 힘든데 교도소나 가볼까”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환호한다. 징역 8개월을 살고 나왔다고 알려진 한 BJ는 하루에 별풍선 50만 개(5000만원)를 받았을 정도다.

조폭 방송도 등장했다. 전직 조폭을 자처하는 BJ는 어깨에 힘을 주며 다른 조직과 했던 싸움, 조폭 세계에서 쓰는 은어 등을 소개한다. 시청자들에게 “인생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는 훈수도 잊지 않는다.

인터넷 방송의 주 시청자인 10~20대에게 범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달 법률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억원을 주면 1년 정도 교도소 생활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학생 3656명 중 절반이 넘는 51%(1879명)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아슬아슬 ‘벗방’… 경찰 “신고 건만 대응”

벗방 야방 등 음란성 콘텐츠는 위험 수위를 치닫고 있다. 나비TV, 별TV, 윙크TV, 인범플레이, 트위치, 팡TV 등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자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승부하는 분위기다. 3년 전 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미성년자와 2 대 1로 성관계하는 장면을 20여 분간 내보내고 700만원어치를 챙겨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한 BJ도 다른 사이트에서 방송을 재개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 근거해 신고가 들어온 건에 한해 심의하고 있지만 시정요구를 받아도 사업자가 무시하거나 해당 BJ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에 방심위가 실제 심의를 내리는 건 신고 건수의 10%를 밑돈다. 경찰도 미온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욕, 협박 등 방송 중 확실한 위법이 있다면 제재할 수 있다면서도 “위법 판단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신고 건에 한해서만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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