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공항 달려간 트럼프 "평양 방문할 수 있다"

입력 2018-05-10 17:53   수정 2018-08-08 00:02

北서 석방 3人 직접 맞아
"위대한 일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 "김정은, 北 현실 세계로 이끌 것"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앤드루스공군기지로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을 마중 나간 자리에서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시간과 장소가 정해졌다. 곧 알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이렇게 멀리 온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뭔가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나타냈다.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북한의 미국인 석방에 대해 “김정은(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석방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일부”라며 “그(김정은)가 뭔가를 할 것이고 북한을 현실 세계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에 억류돼 있다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은 이날 오전 2시45분께 전용기 편으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 등과 함께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직접 마중을 나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함께 마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용기가 활주로에 착륙하자 직접 군용기에 올라가 3명을 데리고 나왔다. 이후 승리의 손짓을 해 보이며 기자들에게 “이 세 명의 위대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밤”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선 김동철 씨는 “꿈만 같다. 정말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석방된 3명은 곧바로 워싱턴DC의 월터 리드 육군 의료센터로 이송돼 검진을 받았다. 최장 31개월 고통의 시간을 보낸 3명의 무사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활주로에는 두 대의 소방차가 동원됐다. 초대형 성조기를 공중에 펼쳐놓고, 레드카펫이 깔린 비행기 계단도 준비해놨다. 이른 시간임에도 기자 200명 이상이 취재 허가를 받아 앤드루스 기지에 몰려들어 미국인의 뜨거운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 3명은 모두 중국과 북한 국경 지대 등을 오가며 선교, 교육, 자선 활동 등을 해오다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간첩과 적대행위, 국가전복 음모 등 혐의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고 북한에 억류된 이들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북측은 이들을 특별사면 형식으로 전격 석방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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