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시행 4개월… 기사·승객은 오늘도 '커피 실랑이'

입력 2018-05-10 18:20   수정 2018-05-11 06:35

반입 막자 승객들 떼쓰고 반발
법적 처벌근거 없어 제지 '한계'
"시민의식 실종에 사회갈등 커"



[ 임락근 기자 ] 서울 노원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박모씨(45)는 올해 스트레스가 늘었다. 마시던 음료를 손에 든 채 버스에 올라탄 승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계속되면서다.

박씨는 “버스 안에 음식물 반입을 못하도록 바뀐 지 4개월이 넘었는데 제지하면 떼를 쓰거나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승객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푸념했다.

버스 내부에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서울시 조례가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교통카드를 찍었다” “다른 버스 기사는 별말 안 하는데 왜 난리냐” “몰랐는데 한 번만 봐달라” 등 버스 기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이 떼를 쓰면서다.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온라인 사이트에는 음식물 반입을 제지당해 불쾌함을 느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게시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음식물 반입을 막자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늘면서 버스 정류장도 몸살을 앓고 있다.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앉는 공간은 버려진 일회용컵들이 차지했다. 한 환경미화원은 “서울시에서 정류장마다 쓰레기통을 새로 설치해 줬으면 좋겠지만 생활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이들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시민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의 이번 조례는 과태료 부과 등 처벌규정이 없어 버스 기사의 제지를 무시해도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버스 기사의 제지에 응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일일이 법적 처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서울시 홍보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공동체의 룰을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처벌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에 음식물을 반입하면 법률에 근거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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