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역발상 투자'
대형매장 성장 둔화에도
백화점 3곳 신규 출점에
강남·부산점 증축 '결실'
新사업 면세점도 고공행진
"시내면세점 열면 매출 3兆"
[ 안재광 기자 ] 신세계는 2016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백화점 세 곳(김해점, 하남점, 대구점)을 한꺼번에 열었고, 두 곳(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을 증축했다. 서울 명동점에는 시내 면세점을 새로 냈다. 여기에 총 2조원 가까이 쏟아부었다. ‘무리한 투자’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백화점은 장사가 잘 안됐고 면세점은 너무 많이 생길 때였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사진)의 ‘역발상 승부’는 성과가 돼 돌아왔다.
신세계가 10일 공개한 지난 1분기 매출,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133억원으로 작년 1분기(776억원) 대비 45.9% 늘었다. 증권사들 예상치(약 920억원)보다 훨씬 좋았다. 매출 또한 19.8% 증가한 1조979억원에 달했다.
주력인 백화점 실적개선이 돋보였다. 백화점(신세계 별도 기준) 매출은 1분기 2.7% 증가한 4257억원, 영업이익은 13.7% 뛴 592억원이었다. 국내 백화점산업은 최근 몇 년간 성장을 멈추고 하락하는 추세다. 작년만 해도 국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2%를 기록했다. 신세계는 달랐다. 지난해 총매출 기준 4.6% 늘었다. 1분기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졌다.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한 영향이 컸다. 신세계백화점은 각 지역에서 ‘랜드마크’로 통한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2016년 증축 이후 영업면적이 19만6859㎡로 커졌다.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 인증까지 받았다.
대구점도 그렇다. 2016년 12월 대구복합환승센터에 대규모 신세계백화점이 생긴 뒤 지역 상권이 요동쳤다. 기존 대구의 ‘터줏대감’ 대구백화점, 현대백화점 대구점 등은 매출이 감소했다. 대구점은 백화점 최초의 아쿠아리움 도입, 옥상 테마파크 조성 등으로 다른 지역 주민까지 끌어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대구 1등 백화점 자리를 꿰찼다.
서울 강남점도 증축과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국내 1위 백화점 자리를 다투고 있다. 연매출이 2조원에 육박하면서 그동안 이 부문 부동의 1위였던 롯데백화점 본점(서울 소공동)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캐시카우’인 백화점 실적이 탄탄하게 받쳐준 가운데 신성장동력인 면세점사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2016년 명동점에 시내면세점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는 올초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점을 추가로 열었다. 지난해 매출 92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이 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예상했다. 올 하반기 강남에 추가로 시내면세점을 열면 연매출이 3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주가를 판단할 때 신세계를 백화점이 아니라 면세점 기업으로 봐야 한다”(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적도 호조였다. 이 회사는 1분기 영업이익이 118억원으로 169% 급증했다. 매출은 11.8% 증가한 3044억원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와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 중인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딥티크’ 등이 고루 성장했다.
이에 비해 신세계 이마트는 이날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분기 매출은 4조1065억원으로 9.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35억원으로 8.4% 줄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폐점 시간을 최근 밤 12시에서 11시로 한 시간 당겨 영업시간이 줄었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늘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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