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대형 세단의 본질에 충실
6980만~9650만원
실내 고급감 등은 부족
CT6(사진)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을 대표하는 플래그십(최상위) 세단이다. 뛰어난 주행 성능과 각종 최첨단 편의기능을 갖춘 만큼 캐딜락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차량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과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CT6를 타고 올림픽대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대전 인근을 왕복하는 약 330㎞ 구간을 달렸다.
편안한 승차감과 높은 가격 경쟁력 등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경쟁 차종 대비 특색 없는 인테리어는 아쉬웠다.
◆ 기본에 충실, 가격 경쟁력 뛰어나
CT6는 첫인상부터 ‘크다’는 느낌이었다. 캐딜락 특유의 패밀리룩과 길쭉한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 및 주간주행등은 도로 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자동차의 차체 옆면 중간 부분에 수평으로 그은 선)은 차체가 길어 보이게 했다. 뿐만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표면이 돋보였다.
후면부는 ㄱ자형 리어램프와 크롬 소재 장식물, 듀얼 트윈 머플러가 반듯하고 잘 정돈된 인상을 줬다.
운전석 문을 열자 시트가 않기 쉽게 뒤로 밀려났다. 시동을 거니 대시보드 정중앙에 자리잡은 스피커가 튀어나왔다. 실내 공간을 덮고 있는 가죽은 질감이 부드럽고 풍성했다.
6기통 엔진은 큰 소리 없이 나지막히 숨을 내쉬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소음이나 진동 없이 매끄럽게 쭉 나갔다. 순수 전기차(EV)를 탄 듯 정숙성이 뛰어나고 승차감이 좋았다.
시속 100㎞ 이상으로 속력을 높여도 운전이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체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고급 대형 세단이 갖춰야 할 기본적 요소에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 페달을 꽉 밟자 뒤에서 힘주어 미는 것 처럼 앞으로 치고 나갔다. 디지털 계기판 바늘이 빠르게 움직여도 남아 있는 힘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느낌이었다.
이 차는 6기통 3.6L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다 4륜 구동 시스템이 바퀴마다 빈틈없이 힘을 전달해 안정감이 있었다.
가장 큰 매력은 ‘가격 경쟁력’이다. CT6는 대형 세단이지만 트림(세부 모델)별로 6980만~965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경쟁 차종과 비교해 수백만원이 저렴하다. 경쾌한 주행을 원하는 경우 터보차저를 얹은 CT6를 고를 수도 있다.
◆ 첨단 편의사양…고급감은 의문
CT6는 각종 첨단 사양도 눈에 띄었다.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기능은 일정한 주행 조건에서 4기통으로 달려 연료 소비를 줄여줬다.
실제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L당 10.2㎞를 기록했다. 몸집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공식 복합연비인 8.2㎞/L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뿐 아니라 주행하면서 후방카메라로 룸미러에 영상을 쏴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와 차선 유지 및 차선 이탈 경고, 전방추돌 경고 시스템 등 반자율주행 기술도 갖추고 있다.
또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야간에도 도로의 보행자와 장애물을 감지하는 ‘나이트 비전’,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섀시 시스템’과 1000 분의 1초 마다 노면 상황을 읽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탑재됐다.
이러한 장치는 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휠베이스)이 3109㎜에 달하는 실내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전장(길이)의 경우 5185㎜로 매우 길다.
다만 실내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부족했다. 플래그십 세단이지만 뒷좌석과 소재 등에 이렇다 할 특색을 살리지 못했다.
벤츠 S클래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강했다. 터치식 인포테인먼트는 잘 작동이 안되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CT6는 캐딜락의 성장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캐딜락 전체 판매량(2008대) 가운데 차지한 비율은 40.0%(805대)에 달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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