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있다. 필자는 ‘기업은 사람’이라는 확고한 믿음 위에서 오랜 기간 경영에 임해 왔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사람은 자본이 없더라도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으나 사람이 없는 자본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하며 사람의 가치를 무엇보다 높게 평가했다.
증권사 대표로 재직할 때 일이다. 직원들을 위한 해외 유학 프로그램을 추진해 보라는 업무 지시를 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나도록 결재가 올라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 담당자를 불러 확인하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유학을 다녀온 직원의 이직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느라 진행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을 생각하는 담당자의 마음이 일면 이해도 됐지만 더 크게 생각하자고 조언했다. 만일 유학 이후 직장을 옮기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기업으로 가는 것이니 좋은 일이 아니냐며 아무런 조건 없이 시행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유학을 다녀온 대부분의 직원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BNK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사람의 중요성, 특히 금융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나부터 먼저’를 실천하기 위해 주중에는 회사 건물 계단을 오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주말에는 임직원들과 함께 2박3일간 지리산 종주도 다녀왔다. 운동을 할 때마다 쌓이는 건강 마일리지 점수가 그룹 전체에서 상위권에 들 만큼 솔선수범하며 건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공부하는 기업문화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임직원들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미래정책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대외연수나 세미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지식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안목(眼目)을 키우기 위한 해외 유학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단기 이익만을 좇아 인재 양성을 등한시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invisible asset)은 오랜 인내와 굳은 의지가 뒷받침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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