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칼럼] 올림픽 정신을 실천한 평화 올림픽

입력 2018-05-13 17:29  

스포츠는 문화이고 경제이며 외교이자 국력
88서울올림픽이 獨 통일·냉전종식 이끌었듯
평창올림픽은 한반도·동북아에 평화 가져올 것

이희범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인 고(故) 넬슨 만델라는 “스포츠는 분열된 남아공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스포츠는 균열된 세계를 통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올림픽이 다른 경기와 다른 점은 그 역사성에서 출발한다.

기원전 776년, 그리스 남쪽 올림피아에서 시작한 고대 올림픽은 제우스 신에게 바치는 종교행사로 출발했다. 당시 도시국가인 그리스는 전설적인 트로이 전쟁을 비롯해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등 수없이 많은 민족 간 전쟁을 치렀다. 현인과 철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그리스는 ‘전쟁은 하되 살상은 하지 않는’ 방안으로 올림픽 경기를 시작했다. 이들은 4년에 한 번 제우스 신전에 모여 달리기, 5종 경기, 레슬링, 권투 등 국가 간 전쟁을 치렀다. 이 기간에는 일체의 다른 전쟁행위를 멈췄다.

오늘날 올림픽에서 성화를 밝히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리스 올림피아 헬렌 궁전에서 채화한 성화를 인천공항으로 공수해 왔다. 성화는 인천에서 제주를 거쳐 남북한 인구를 상징하는 7500명의 주자에 의해 2018㎞를 달려 17일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을 환하게 밝혔다.

스포츠는 분명 정치와 다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문화이고 경제이며, 외교이자 곧 국력이다. 1968년 제19회 멕시코올림픽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남아공의 인종분리 정책에 항의해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자 IOC는 남아공을 21년간 올림픽에서 축출하기도 했다.

1972년 제20회 뮌헨올림픽 때는 ‘검은 9월단’이 올림픽선수촌 내 이스라엘 숙소에 난입, 자동소총을 난사해 11명의 선수가 무참히 희생되는 일도 있었다. 이후 테러는 국제 경기에서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됐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로 서방 62개국이 보이콧해 반쪽 올림픽이 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는 소련 등 동구권 14개국이 불참해 역시 반쪽 올림픽으로 치러졌다.

반면 ‘88 서울올림픽’은 160개국이 참가해 화합과 평화의 지구촌 축제를 통해 올림픽에서 정치 개입의 고리를 끊는 분수령이 됐다. 서울올림픽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도화선이 돼 독일이 통일했고, 이어서 소련이 해체하면서 냉전체제 종식을 가져왔다.

외교는 정치와 별개이면서 한편으로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에도 정치는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외교도 상존한다. 요즘처럼 복잡다기한 시대에 스포츠 외교는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동서로 분단된 독일은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부터 1964년 도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동서독 단일팀을 구성했다. 단일팀은 삼색기를 국기로 사용하고, 독일 국가 대신 베토벤 9번 합창의 하이라이트인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

남북한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첫 단일팀을 구성했다. 도쿄올림픽 때 단일팀 구성을 논의한 지 27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면서 남북한 체육교류는 정치와 함께 부침을 거듭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공동 입장과 공동 성화주자를 맡았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사상 네 번째로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오는 밑거름이 됐다.

30년 전 서울올림픽이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독일의 통일과 냉전체제 종식을 가져왔듯이 평창올림픽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에 평화를 가져오면서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한 평화올림픽으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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