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빌트인 가능성 크다
워라밸 열풍·요리하는 남자 늘며
주방, 가족 소통 공간으로 변신
강남권 리모델링 수요 급증
LG, 시그니처 키친 쇼룸 열어
구조·평수따라 가전설계 도와줘
삼성, '데이코' 앞세워 쇼룸 준비
獨밀레·伊팔맥도 시장 뛰어들어
[ 고재연/선한결 기자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은퇴한 아버지가 아일랜드 식탁(주방에서 떨어진 식탁)에서 요리하다가 딸을 맞이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요리하는 순간에도 시선은 벽이 아니라 거실의 가족을 향하고 있다. 회사에서 돌아온 딸과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가족은 식탁에 모여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다. ‘주방’이라고 하면 혼자 바쁘게 요리하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떠올리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대면형 주방’이 대세로
한국 주방이 주부의 가사 노동 공간에서 가족의 소통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부엌 구조도 대면형으로 바뀌고 있다. 주방가구업계 관계자는 “아일랜드 식탁에 전기레인지를 설치하는 소비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레인지 시장 규모는 2016년 30만 대에서 지난해 60만 대로, 올해는 80만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LG 디오스 전기레인지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늘었다.
대신 다용도실에 ‘보조 주방’을 설치하는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보조 주방에 화력이 좋은 가스레인지를 설치해 곰국을 끓이거나 고기를 굽는다.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차단함으로써 가족이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기세척기 등 주부를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각종 주방가전도 선택이 아니라 필수품이 됐다. 제사 문화가 사라지고 가정 내 아이가 줄면서 식기류가 단출해진 것도 주방의 변신을 이끌었다. 서울 논현동 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에서 만난 손영미 빌트인쇼룸운영파트장은 “이전에는 최대한 수납 공간을 늘리는 인테리어를 선호했지만 요즘은 제사용 그릇 등을 보관할 일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주방가전을 채워넣기 시작했다”며 “냉장고 김치냉장고 광파오븐 전기레인지 레인지후드는 5대 필수 주방가전이고, 식기세척기도 대부분 선택한다”고 말했다.
빌트인 가전 시장 급성장
국내외 가전업계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타고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 비해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는 ‘집스타그램(집과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이 유행한 것도 빌트인 가전 시장의 성장 동력이다.
LG전자는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한 B2B(기업 대 기업) 영업 외에 B2C(기업 대 고객) 영업도 확대하고 있다. 손 파트장은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기한이 남은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에는 설계 디자이너 6명이 상주하며 주택 크기, 부엌 구조에 따라 주방가구 및 가전 설계를 도와준다.
삼성전자도 빌트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생활가전사업부 내 빌트인 가전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장(사장)은 “미래에는 거의 모든 생활가전 기기들이 빌트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미국의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한 삼성전자는 올해 한국 고객을 위해 별도 쇼룸을 열 예정이다.
대형 건설사도 조합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급 빌트인 가전을 제공한다.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이 조합원에게 제안한 특별 품목에는 △미세먼지 센서 연동 레인지후드 △빌트인 광파오븐 △전기레인지(4구) △식기세척기 △양문형 냉장고 △빌트인 김치냉장고 △주방 TV 등이 포함됐다. 이탈리아 팔맥, 독일 밀레, 삼성 셰프컬렉션, LG 시그니처 등 ‘초호화 라인업’이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 높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입찰 제안서를 낼 때부터 조합원 특별 제공 품목에 큰 공을 들인다”고 설명했다.
고재연/선한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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