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이슈] 美 금리인상 움직임에 신흥국에서 자금 속속 빠져나가

입력 2018-05-14 09:01  

자금 유출에 비상 걸린 신흥국

브라질·터키·러시아 등
올들어 화폐가치 10% 이상 추락
금리 年 40%로 올린 아르헨은
결국 IMF에 구제금융 요청



[ 유승호 기자 ]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는 등 이들 국가의 신용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엔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6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美 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은 Fed가 지난 3월21일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올린 뒤 본격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서면서 신흥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외국인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최근 한 달 만에 7% 이상 급등(가치 급락)했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다 연 20%가 넘는 물가상승률 등 아르헨티나 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도입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자본이득세가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

터키 통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달러당 리라 환율은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6% 정도 급등(리라 가치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지난 1일 BB에서 BB-로 내렸고 그 뒤 통화 가치 하락 폭은 더 커졌다. 러시아 루블화는 미국이 지난달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선 이후 급락해 한 달 만에 달러 대비 가치가 9% 안팎 하락했다. 헤알화 가치도 한 달 새 6.0% 떨어졌다.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선 2016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아르헨티나는 IMF에 SOS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페소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과 대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초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독일, 프랑스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이었지만, 1940~1950년대 퍼주기식 복지정책 포퓰리즘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또다시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IMF와 300억달러(약 32조3700억원) 규모의 탄력대출을 논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지난 4일 기준금리를 40%로 인상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물가가 24.8% 오르는 등 매년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로 몸살을 앓고 있어 글로벌 금리 상승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75%에서 13.5%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리라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하기로 했다.

각국의 비상 조치에도 시장에선 신흥국 통화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 국가의 경제 기초가 취약하다는 점에서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재정적자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에 이른다.

“美 금리 추가 인상 땐 혼란 더 커질 듯”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신흥국 금융시장 혼란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에선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90%”라며 “연말까지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선 ‘신흥국 6월 위기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달러 대비 통화 가치 하락에 따라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신흥국들의 CDS 프리미엄도 높아지고 있다. 루카 파올리니 픽텟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달러 강세와 높은 물가상승률이 신흥시장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며 “신흥국 통화 가치는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NIE 포인트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 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지를 토론하고 정리해보 자.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국들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 하고 있는지도 함께 정리해보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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