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뷰어] 가격빼고 다 좋은…'다이슨 싸이클론 V10'

입력 2018-05-14 10:01   수정 2018-05-14 10:17

직관적 디자인에 편리한 먼지통 청소까지
60분간 계속되는 배터리로 강력한 흡입력
100만원 넘는 비싼 가격은 최대 단점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다이슨 싸이클론 V10 앱솔루트 플러스의 출고가는 109만9000원. 비싼 가격을 제외하면 흠을 찾기 힘들다. 굳이 찾자면 무거운 무게 정도. 좋은 건 분명하지만 너무 비싸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 가격도 차이슨과 비교하면 훨씬 비싸겠지만…"

"그렇게 비싼 청소기가 정말 필요할까?" 아내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의 일이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념해 '다이슨 V8 카본 파이버'를 410달러(약 43만원)에 판매했다.

"백화점에서 사면 9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지만 '정말 이렇게 비싼 청소기가 필요할까'하는 의문을 씻어내지 못했다. 하루 더 고민해보자고 말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그렇게 5개월이 흘렀다.



전자 제품 담당 기자인 덕에 다양한 제품을 만나고 체험한다. 세계 3대 가전 박람회라 꼽히는 CES, MWC, IFA도 빠지지 않고 참관했다. 그런 이유로 다이슨은 낯선 기업이 아니다. 인식도 나쁘지 않았다. '모터 잘 만드는 영국 기업' 정도가 다이슨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다.

지난 3월 열린 다이슨 V10 출시 기자간담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리뷰를 통해 V10을 접한게 처음이다. 그럼에도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은 아니다. 하루에도 TV 광고를 통해 수 차례 만나다 보니 광고에 나오는 '제임스 다이슨'을 13개월된 아들이 알아볼 정도다.



◆다이슨의 최대 경쟁자는 돌리슨

13개월 아기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축지법은 물론이고 순간이동도 능숙하다.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니다 보니 청소는 일상이 됐다. 시간을 정하고 대청소를 하는 건 사치다. 틈틈이 지저분한 곳을 치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에는 강력한 청소기가 있었다. 일명 '돌리슨'(테이프 클리너).

남들은 돌돌이라 부르는 테이프 클리너를 우리 가족은 '돌리슨'이라 부른다. 가벼운 무게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정숙함, 언제나 1m 안에 있는 접근성은 어떤 청소기도 따라올 수 없다. 특히 강력한 접찰력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돌리슨의 최대 장점이다. 즐거운 쇼핑이 가능한 '다 있소' 마트에 가면 10미터 짜리 테이프 2개를 2000원에 살 수 있다.



무선청소기가 대세라는 말에 V10을 체험했지만 제품을 받고 보니 걱정이 앞섰다. 흔한 유선청소기 조차 사용하지 않아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 먹었다. 다이슨을 돌리슨과 비교해보기로. 참고로 다이슨 V10 앱솔루트 플러스의 출고가는 109만9000원, 돌리슨은 2000원(리필형 포함 4000원)이다.



다이슨 V10 무선청소기의 첫 인상은 '묵직한 무게'라 할 수 있다. 전작인 V8과 비교해 대폭 가벼워졌지만 1kg가 안되는 돌리슨만 사용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다. V10의 무게는 2.5kg으로 요가할 때 사용하는 핑크색 덤벨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마룻바닥을 청소하는 소프트 롤러헤드를 장착하면 4kg이 넘어간다. 성인 여자가 한 손에 들기엔 부담스러운 무게다.

매트리스를 청소하는 미니 모터 헤드나 크레비스 툴은 그나마 양호하다. 그러나 '한 손에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 청소기를 돌리기엔 부담스럽다'는 아내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사실이다. 무게와 편의성은 돌리슨의 압도적인 승리.



◆직관적인 디자인에 편리한 먼지통 청소

그러나 디자인에서는 다이슨이 압도적이다. 다이슨의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세련됐다. 어두운 회색과 짙은 파랑, 선명한 빨간색의 조합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여기에 반짝이는 봉을 결합하면 게임 끝.

V10은 기존 모델과 달리 모터와 먼지통 등이 직렬 형태로 배치됐다. 직선형의 공기 흐름을 만들어 '먼지 흡입과 공기 흐름 효율성이 좋아졌다'는게 다이슨 측의 설명이다. 수치를 측정할 수 없어 객관적인 평가는 내놓지 못하지만 직관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다.



먼지통을 비우는 방식은 쉽고 편리하다. 레버를 아래로 밀면 먼지통이 열리는 '포인트 앤 슈트' 방식을 적용했는데 0.54L에 달하는 먼지통이 순식간에 비워진다.

특히 먼지통 청소도 간편해 부담이 없다. V10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만 먼지통을 비울 때 발생하는 먼지날림 등은 주의가 요구된다. 먼지통에 쉽게 감기는 머리카락도 번거러움을 더한다. 돌리슨과 동점.



60분간 지속되는 배터리 용량은 매력적이다. 사실 20평형 빌라에 살고 있어 '60분까지 필요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도 일주일 체험 중 단 한 번도 배터리 때문에 청소를 못한 적이 없었다.

청소기를 번쩍 들고 냉장고 위를 청소해도 흡입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청소기들은 아니란다. V10에는 고도, 기압, 온도, 날씨를 감지하는 압력 센서가 달려있다. 일정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게 누군가겐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흡입력은 세 단계(1·2·MAX)로 나뉘는데 무의미할 정도로 강력했다. 대부분 사용자들이 1단계를 사용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MAX를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헤드가 닿지 않는 거리의 먼지를 흡일할 때 가끔 사용할 정도다. 이마저도 2단계 정도로 충분했다. 돌리슨은 따라올 수 없는 수준.



◆효용성 높은 다양한 툴…매트리스 청소 만족도 높아

다양한 청소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자가 체험한 V10 앱솔루트 플러스에는 소프트 롤러헤드(마룻바닥), 모테헤드(카펫·러그), 미니 모터 헤드(매트리스), 크레비스(틈새), 콤비네이션(테이블 등), 미니 소프트 더스팅 브러쉬(평평한 표면) 등 6개의 청소툴이 포함돼 있었다.

각각의 툴은 다양한 용도를 갖는데 '소프트 롤러헤드'와 '미니 모터 헤드', '콤비네이션'의 효용성이 가장 좋았다. 특히 침대 매트리스 청소시 활용되는 미니 모터 헤드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과자 부스러기와 먼지는 물론 보이지 않는 알레르기 유발물질까지 잡아준다니 만족도가 높을만 하다. 돌리슨과 비교는 여기서 끝.



특유의 소리는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청소기를 작동시키면 '피우웅~'하고 시작해 '슈웅'하고 끝난다. '슈웅'하는 소리가 궁금해 한 참을 들어봤다. 빠져나간 압력을 채워넣는 소리라 추측된다. 쇠가 부딪히거나 깎이는 소리가 아니라 크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도 아니다.

다이슨 싸이클론 V10은 기본기가 탄탄한 청소기다. 청소기의 본질인 흡입력과 청결도에서는 흠을 찾기 힘들다. 무게와 소음은 주관적인 평가라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60분에 달하는 배터리 성능과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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