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업체, 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액인 5조원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4월과 같은 수준이다.
1~4월 누적 기준 20조6000억원으로 2016년의 26조8000억원, 2017년의 22조5000억원보다 작다. 큰 그림으로 보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2016년이나 2017년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4월 주택대출 증가액은 2조4천000원인 데 비해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 증가액이 4조9천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택대출 증가액이 4조7000억원, 기타대출이 2조6천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주택대출 증가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기타대출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금융당국은 기타대출이 이처럼 급속히 늘어나는 원인으로 계절적 요인에 의한 생활안정자금 수요,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등 2금융권 영업 확대, 주식시장 투자 수요 등을 지목하고 있지만 주택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증가세도 확대됐다. 증가규모가 5조1천000원으로 작년 11월(6조7000억원)이래 가장 많았다. 3월보다 확대됐을 뿐 아니라 작년 동월(4조7000억원)보다 많다.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2015∼2016년 4월 평균(6조8000억원)보다는 적다.
지난달 은행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7천000원 증가하며 잔액이 200조원을 넘었다. 4월 기준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래 최대 폭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규모는 작년 11월(3조7000억원) 이래 가장 크고, 예년 4월보다도 훨씬 많다.
기타대출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신용대출은 지난달 1조4천000원 늘었다. 작년 11월(2조000억원) 이래 최대다. 올해 1월 9천000원, 2월 1천000원, 3월 4000억원에서 확 뛰었다.
한은은 통상 4월은 이사철 생활자금 수요가 많은 데다 인터넷전문은행 효과(3000억원)와 재건축 아파트 이주자금, 신규아파트 분양·입주 관련 자금 수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타대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이와함께 연체잔액도 늘고 있다. 작년 10월에 4년 반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뒤 추세가 이어진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조4천000원 늘었다. 3월보다 증가규모가 4천억원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 감소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2000억원 늘었다. 3월 7000억원보다 늘어난 수준이지만 지난해 4월의 2조6000억원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상호금융권과 여전사의 가계대출이 8000억원, 7000억원씩 늘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연간 대출관리 목표(장기추세치 8.2%) 내에 있으나 일부 대출의 증가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모니터링·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달 23일 정례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어 업권별 가계부채대책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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