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전. 호주오픈이 낳은 스타 정현과 황제 로저 페더러가 맞붙었다. 전 국민이 TV 앞에서 관록과 패기의 대결을 지켜봤다. 두 선수의 뒤를 가득 메운 것은 ‘KIA’ 로고. 기아자동차는 호주오픈 공식 후원사였다. 기아차는 2002년부터 호주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2023년까지다. 기아차는 후원 첫 해인 2002년 7900만달러(약 840억원) 가치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대회에서는 5억1000만달러(약 5442억원)가량의 효과를 얻었다. 올해 대회에선 한국인 스타 정현까지 등장하면서 홍보효과는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서 전 세계 고객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제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스포츠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며 “스포츠 경영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정현 선수를 후원한다. 정현은 2022년까지 제네시스가 진출한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제네시스 차량을 지원받고, 경기복에 제네시스 로고를 달고 대회에 출전한다. 국내에서는 G80 스포츠 차량을 지원받고, 제네시스 신차가 출시되면 후원 차량을 신차로 바꿔 제공받는다.
현대차그룹이 스포츠만 후원하는 건 아니다. 기아차는 한국 프로야구를 공식 후원하고, 기아타이거즈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프로야구 후원사다. 단순히 후원만 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MVP였던 기아타이거즈 양현종 선수와 올스타전 MVP였던 SK와이번스 최정 선수에게 기아차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부상으로 수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양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던 1984년 LA 하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을 본 뒤 양궁을 육성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듬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양궁단을 창단했다. 현대제철에는 남자양궁단을 만들었다.
정 회장은 네 차례 대한양궁협회장을 지냈고 1997년부터는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30년 넘게 한국 양궁을 위해 헌신했다는 의미다. 그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2005년 9대, 2009년 10대, 2013년 11대 회장에 이어 최근 12대 회장 자리에도 올라 2020년까지 협회를 이끌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세계 양궁대회를 관장하는 세계양궁협회의 타이틀 후원사로 활동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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