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처음으로 5만원 하회…공매도 급증

입력 2018-05-14 16:56   수정 2018-05-14 18:27

액면분할을 마친 대장주 삼성전자가 재상장 후 처음으로 장중 5만원선이 깨졌다. 지난주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상반된 주가 흐름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2분기가 반도체 업황의 계절적 비수기인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IT주가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1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200원(2.34%) 내린 5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4만9900원까지 밀렸으나 낙폭을 다소 줄였다.

이달 4일 거래를 재개한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기준가 대비 5.47% 하락했다. 지난 11일까지 외국인이 94만6655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10만8000주, 99만3000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외국계 증권사 HSBC, JP모간 등이 매도 창구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과 대차(대여)거래잔액이 급증하면서 공매도 역시 최근 주가 하락의 한 축으로 꼽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가 공매도를 활용하는 만큼 '큰손'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367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5337억원)의 25.61%에 달했다. 이는 액면분할로 인한 거래정지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의 공매도 비중(1.48%) 대비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후 재상장한 5거래일(11일 기준) 총 공매도 거래대금은 4115억원으로 액면분할 전 5거래일 당시(1478억원)보다 178.23% 늘었다.

삼성전자는 투자자가 공매도 등을 위해 금융투자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인 대차잔고도 액면분할 이후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금액(코스콤 기준)은 지난 4일 2조3974억원에서 5조7737억원(11일)으로 뛰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통상 기업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후 실제 이뤄질 때까지 주가가 오른 뒤 재료가 소멸된 후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삼성전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경훈 SK증권 연구원은 "통상 액면분할은 유동성 확대와 주가 부양을 위해 회사가 활용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액면분할 종목 추이를 염두에 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전략이 반영되면서 대차잔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계절적 비수기인 2분기를 맞아 실적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외국인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62조9053억원, 15조7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1월 말 대비 매출 컨센서스는 5.0% 하향 조정됐고,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5% 떨어졌다. 영업이익 컨센서스의 경우 3월 말 이후 1분기 실적 발표 등을 거치며 1.4% 증가했지만 여전히 16조원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주도주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변화, 중국 정책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는 아직은 IT주가 주도주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반도체는 2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 만큼 IT가 단기간에 지수 상승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생명에 대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 약화 요인 등으로 풀이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5~6월 반도체주 가운데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분할 이후 투자자들의 예상을 상회하는 새로운 주주이익 환원 정책을 발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속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고 있고, 이와 같은 대외적 변수의 영향이 완화돼야 주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을 종용한 데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분리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을 팔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재고순환지표 반등, 반도체 재고순환지표 9월 정점 형성 경험 등에 비춰 하반기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가 다시 주도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애플의 신규 스마트폰 기대감과 계절성 등에 비춰 하반기에는 IT주가 주도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반기에 개선되는 방향을 나타낼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한 고점 논란과 함께 부진한 핸드폰과 디스플레이에 대한 낮은 기대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어지는 호황과 향후 주주환원 개선 가능성은 주가에 충분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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