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위탁감리의 결론도 뒤집어
상장 전 회계위반 여부 결론 냈어야
박종성 <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에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회사와 감사인에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이런 내용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전날 48만8000원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4일 35만9500원으로 떨어졌다. 불과 나흘 만에 26% 넘게 하락해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8조5000억원이 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2014년까지 적자를 내다가 상장을 앞둔 2015년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고했다. 지분 91.2%를 보유하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지배력이 없는 ‘관계회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바뀔 경우 회사는 취득원가로 기록하던 종속회사 주식을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해 장부에 반영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투자지분을 4조8000억원으로 평가해 장부에 반영하고 이 과정에서 4조5000억원의 이익을 인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관련한 쟁점은 관계회사로 분류한 것이 타당했느냐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평가액이 적정했느냐로 압축된다. 곧 있을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회계처리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진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위반 논란과 관련해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건 감독당국의 대응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공개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금감원은 사안이 중대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개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구심이 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는 2015년 재무제표가 공시된 이후 언론 및 시민단체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4년 연속 적자가 나던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거액의 순이익을 보고했으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만하다. 획기적인 영업실적 개선 없이 2조원 가까운 이익을 냈으니 회계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16년 5~6월께 일부 언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금감원은 회사 측에 문의한 뒤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참여연대도 상장 직후인 2016년 12월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회계처리 등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2015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 등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는 금액이 크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데도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감독당국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특별감리를 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말에 특별감리를 하기로 한 뒤 두 달이 넘도록 정밀감리 착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처럼 감독당국이 시간을 끄는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3배 가까이 올랐다. 특별감리를 하기로 결정하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6% 가까이 하락했지만, 이후 감리가 지체되면서 특별감리에 대한 인식은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주가는 계속 상승했다.
재무제표의 공시, 회계감사, 감독당국의 감리 모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다. 감독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우선 고려했다면 상장 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 만약 회사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면 상장을 허가하지 말았어야 한다.
공식 감리제도인 위탁감리의 결론을 이제 와서 뒤집는 것도 일반인이 납득하기 어렵다. 상장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발표된 상장 전 회계처리의 문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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