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ICO컨퍼런스] 구태언 변호사 “한국은 규제 불명, 모든 기록 남겨야”

입력 2018-05-14 18:39  

기록·증명 없으면 사법처리 가능성도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가 14일 한경닷컴이 개최한 ‘2018 한경 ICO 컨퍼런스’에서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규제가 불명확한 문제를 지적했다.

암호화폐와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서 구 변호사는 “시장에 문제가 있으니 변호사가 나와서 강연을 한다”며 국내 시장의 씁쓸함을 전했다. 그는 “관련법이 없는 탓에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에 예상 가능한 모든 규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준비하고 기록해야 한다. 한국인과 미국인의 ICO 참여를 금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프로토타입도 나오기 전에 ICO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개발능력을 인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발이 지연될 경우 투자자들이 사법부나 규제당국에 민원을 넣을 수 있는데 개발능력과 합리적인 개발 지연 이유, 정보보호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사법처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개발팀과 어드바이저의 활동 내역을 문서와 영상 파일로 남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시각에 대해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공식 문헌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가장 최근 정부 입장은 암호화폐가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암호화폐가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닌 이상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수사를 받고 있는데 앞서 코인네스트 등도 사기와 배임이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내부자 거래) 등의 자본시장법 규제를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암호화폐는 화폐가 아니기에 ICO 역시 위법이 아니다. 구 변호사는 “ICO가 불법이라면 해외에 법인을 세워 하는 ICO나 해외 ICO 참여자 모두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하지만 암호화폐는 화폐나 통화가 아니라고 정부가 규정한 만큼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기존 법률에 위배되지 않기에 정부가 ICO 등을 방치하는 것이며, 암호화폐 거래소 역시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사기 등이 이뤄졌는지가 쟁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은 거래소 거래기록 데이터를 분석해 추가 범죄를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에게 손해만 입히도록 특별한 알고리즘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범죄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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