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소재 홈웨어 '라뉘'
팔로어 3만명 '바이먼쓸리'
취미로 팔다가 사업 확장
"제2의 '스타일난다' 되려면
입소문 넘어 품질 높여야"
[ 안효주 기자 ]
14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층에 마련된 ‘신세계 브랜드 서울’ 행사장. 옷을 구경 중이던 한 20대 여성은 “처음 들어본 브랜드인데 특이하면서 예쁘다”며 원피스를 집어들고 요리조리 살펴봤다. 홈웨어 ‘라뉘’, 아동복 ‘러브 밤비니’, 여성복 ‘바이먼쓸리’ 등 25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는 온라인 패션브랜드가 밖으로 나왔다. 이들 쇼핑몰의 시작점은 대부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취미’로 몇 장씩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게 인기를 얻으면서 정식 패션브랜드 홈페이지를 연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영자들은 모두 제2의 ‘스타일난다’를 꿈꾸는 벤처창업가. 지난달 패션·뷰티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가 로레알그룹에 약 6000억원에 인수되면서 온라인 패션업체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김소희 스타일난다 대표 역시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산 옷을 인터넷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성공 신화를 썼다. 신세계백화점은 스타일난다 같은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이번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했다.
행사장에서 눈에 띈 매장은 프리미엄 홈웨어 브랜드인 ‘라뉘’. 실크 소재를 전문으로 화려한 디자인의 여성용 잠옷과 속옷을 디자인해 제작·판매한다. 라뉘 매장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 발길이 이어졌다. 고진아 라뉘 대표(35)는 “실크 잠옷을 입기 위해 직접 만들다가 사업으로까지 커졌다”며 “모든 디자인과 제작은 자체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2년 전 블로그를 통해 실크 잠옷을 소개한 뒤 해마다 매출을 전년 대비 세 배로 불리며 성장했다. 고 대표는 “올해 8~9월 중 서울 가로수길에 쇼룸을 열 예정”이라며 “올해 목표 매출은 20억원”이라고 했다.
아동복을 판매하는 ‘러브 밤비니’는 브랜드 스토리로 인기를 모은 경우다. 권새롬 대표(36)가 2015년 첫 딸을 낳으면서 아이에게 입힐 옷을 만들어 올린 게 블로그에서 인기를 얻은 것. “너무 예쁘니 팔아달라”는 댓글들에 유아복 100장 정도를 팔기 시작했다. 현재 월평균 매출이 4000만~5000만원까지 올라섰다. 원단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전적으로 러브 밤비니의 몫이다.
권 대표는 “처음 판매를 시작할 당시 영아이던 첫째 딸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이 지금까지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브 밤비니는 지난해 미국의 키즈패션쇼 무대에도 올랐다. 올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내년에는 국내에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여성복 브랜드 ‘바이먼쓸리’ 매장에는 SNS를 통해 소식을 들은 고객들이 찾아왔다. 김민아 대표(33)는 인스타 팔로어 수가 3만여 명으로 ‘SNS 스타’다. 유러피언 감성 스타일 콘셉트로 3년 전 온라인숍을 연 바이먼쓸리는 깔끔한 디자인과 독특한 분위기를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먼쓸리는 연간 매출이 10억원으로 커져 지금은 오피스룩 콘셉트의 브랜드 ‘오프듀티’로 확장했다. 매장을 지키던 김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굳이 열지 않을 계획”이라며 “SNS 등을 통한 온라인 입소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SNS 브랜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입소문’을 능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높이면서 가격 경쟁력과 디자인, 품질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춰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만 믿고 행사장을 찾았다가 실망했다는 소비자도 더러 있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한 30대 부부는 “잘 알려진 브랜드들과 콘셉트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다”며 발길을 돌렸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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