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식 대차(대여)잔액 규모가 3조6000억원이나 왜곡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15일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자본시장통계포털 '프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삼성전자의 대차잔고 금액은 9조435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거래소의 전산관련 자회사인 코스콤의 '체크엑스퍼트플러스' 단말기(이하 체크 단말기)에서 해당 수치는 5조868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종목의 대차잔액임에도 불구하고 3조5672억원이나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현재 체크 단말기가 활용하고 있는 대차거래내역 정보는 금투협이 코스콤에 제공하고 있는 만큼 원칙상 두 수치는 같아야 한다. 그러나 체크 단말기에 나오는 삼성전자 대차잔액 수치는 액면분할 과정에서 적용해야 하는 액분 비율 수치를 누락, 대차잔액 산정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대차잔고(145만3095주)에 액면분할 비율(50배)을 곱하지 않으면서 4일 대차잔고가 과소 계상된 것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액면분할 비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액분 이후 대차잔액이 적게 반영됐고, 액분 이전 대차잔액은 조 단위에서 백억원, 천억원 단위로 급감해 표기되는 상황이었다"며 "체크 단말기에는 금투협이 보내는 원본 데이터를 표출할 뿐이고 수정에 대한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전 금투협으로부터 데이터가 잘못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일부 날짜분에 대해 이날 오후 데이터를 수정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가 공매도 등을 위해 금융투자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물량이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더 싼 값에 주식을 매입해 되갚기 때문에 대차잔액은 통상 공매도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거쳐 지난 4일 재상장한 후 공매도 거래대금과 대차잔고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수치 오류가 발생해 시장 관계자들의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야기됐다.
최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태로 금융투자업계의 정보기술(IT) 시스템과 관련해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삼성전자 대차잔고 수치가 재차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한 시장 관계자는 "대차잔고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자산운용사 운용부서 등에서도 참고하는 수치이기 때문에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차잔액 증가와 함께 공매도도 최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후 재상장한 이후 전날까지 6거래일동안 총 공매도 거래대금은 5200억원으로 액면분할 전 6거래일 당시(1806억원)보다 178.90% 늘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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