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선처, 현대차는 새차 지원
투스카니 의인, 현대판 ‘금도끼 은도끼’
"갑질.이기심에 몸살 앓던 이들에게 감동"
고속도로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는데 경찰은 이 사고에 선처하고 운전자가 몰던 차량의 제조사가 새 차를 지원하기로 한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지난 12일 제2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에서 발생한 '고의 교통사고'를 내사 종결했다.
경찰은 "112 신고가 접수돼 정식 사고조사는 하고 있지만 두 운전자의 인명피해가 크지 않다"며 "사고를 낸 경위 등도 고려해 앞 차량 운전자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수로 일어난 사고가 아닌 구조를 하려고 일부러 낸 사고여서 형사 입건 대상이 아니라는 것.
12일 오전 11시 30분께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 전방 3km 지점에서 코란도 스포츠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운전자가 의식을 잃고 1.5㎞나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이동하자 옆을 지나던 운전자 한 씨는 이 차량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앞질러 막아섰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전진하던 차량의 바퀴 밑 충격으로 인해 핸들 방향이 우측으로 꺾였다면 대형사고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실제 한 씨가 차량 유리를 망치로 깨고 운전석을 살펴볼 당시 운전자는 엑셀을 밟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투스카니 운전자 한 모 씨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이 계속 진행 중인 것을 눈치채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앞을 가로막아 대형참사를 막았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한 씨가 달리던 코란도를 막아서자 투스카니는 충격에 의해 조금 튕겨나갔고 한 씨는 브레이크를 밟아 다시금 코란도를 멈춰 세웠다.
달리던 코란도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해도 한 씨가 달리는 차를 막아선 행위는 일반인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용기있는 행동이었던 것.
당시 고의 사고를 내 의식을 잃은 뒷 차량 운전자를 구조한 한 씨는 "내 차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라며 "어제(13일) 오전에 뒤차인 코란도 차량 운전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세간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현대차는 파손된 한씨의 차량이 자사 브랜드임을 알고 수리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씨는 이마저도 “크게 망가진 상태가 아니라 괜찮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현대차는 수리비 지원이 아닌 아예 올해 출시된 신형 밸로스터 차량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해당 차량인 투스카니가 지난 2008년 단종됐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부터 정식 판매한 신형 벨로스터는 총 2개 모델 4개 트림으로 운영되며, 가격은 1.4 터보의 경우 모던 2,135만원에 모던 코어 2,339만원, 1.6 터보는 스포츠 2,200만원에 스포츠 코어 2,430만원이다.
네티즌들은 한 씨의 이같은 선행에 대해 "감동이다. 별 거 아닌거 같아도 아무나 쉽게 할수 없는 일이다. 진정한 의인이다", "현대판 금도끼 은도끼. 수리비 안 받으니까 새 차 지급. 진정한 의인부터 추후 보상까지 간만에 훈훈하다", "이게 바로 영웅이다. 현실판 어벤져스", "눈살 찌푸려지는 뉴스만 보다가 간만에 기분 좋은 소식이다"라고 한 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재벌가의 갑질·뺑소니 교통사고·폭력사건 등으로 암울했던 사회 분위기에 영화같은 장면으로 간만에 단비같은 감동을 준 한 씨는 LG의인상 수상의 영예도 안게 됐다.
한 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많은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지만 조금은 부담스럽다. 서로에게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모르는 척 말고 서로 도와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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