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 규제 부작용
기술자 몸값도 치솟아
중복 취업 들통나기도
[ 이정선 기자 ] 중소 개발업체 A대표는 최근 건설업 면허를 팔라는 제안을 받았다. 건설업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자처하는 브로커 B씨가 접근해 “K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면허가 필요하다”며 “3억원에 면허를 팔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A대표는 “건설업 면허가 없어도 지장이 없지만, 아무래도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업 면허가 없는 분양대행사의 아파트 분양대행 업무를 금지하자 건설업 면허를 중개하는 브로커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 면허를 확보하지 못하면 당장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분양대행사의 처지를 이용해 브로커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설치고 있다.
브로커들은 주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짓는 동네 집장사들이 갖고 있는 건설업 면허를 알선하고 있다. 면허 가격은 공사실적에 따라 작게는 8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국내 10대 건설사는 국토부 규제에 따라 건설업 등록이 된 분양대행사에만 분양대행 업무 용역을 주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들과 거래하려면 건설업 등록이 불가피하다.
건설업 면허를 직접 따려면 건설산업기본관리법에 따라 건축공사업 혹은 토목건축공사업 등으로 등록해야 한다. 건축공사업의 경우 자본금 5억원을 마련하고 건축분야 기술자 5명을 채용해야 한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기존 업체를 인수하면 복잡한 등록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어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분야 기술자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최근 건축분야 기술자를 고용해 건설업 면허 등록을 마친 C분양대행사는 며칠 뒤 인허가 관청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술자가 다른 분양대행사에 중복 취업한 사실이 들통나면서다.
분양대행업무와 관련도 없는 건설업 면허를 따려는 분양대행사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D분양대행사 대표는 “체계적인 전산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허술한 청약방식 때문에 부적격 청약 당첨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고, 온갖 청약서류를 직접 손으로 검수(檢收)하는 과정에서도 불가피하게 실수가 나오곤 한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감은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업계에선 정부가 청약시스템부터 대폭 개선하는 동시에 분양대행업을 정식 업종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토부는 그러나 “분양대행업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F건설 관계자는 “시장은 더 세분화되고 있는데 정부만 거꾸로 가는 규제를 내놓고 있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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