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입범위 개선하겠다며 최저임금 대폭 올려놓고
정부는 아직 결론 못내려
숙식비 등 포함 안하면 내·외국인 임금 역전
大·中企 임금 격차 더 커져"
[ 백승현 기자 ]
“CEO 뜻이 뭔지 아세요? ‘씨×, 이러려고 오너 하나’랍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영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인데 이런 현실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하면 마치 임금을 착취하는 못된 자본가나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세웁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장에서 답을 찾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인의 말이다. 예정된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이어진 이날 토론회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불만과 호소가 터져나왔다. 중소기업 주간을 맞아 중기중앙회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김삼화·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중소기업 대표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작심하고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으로 올렸지만 그 조건이 올해엔 산입범위를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산입범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이라는 것이 중기중앙회 입장이며 정부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정기 에스케이씨 대표는 “최저임금 때문에 중기인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부에서는 아직도 5~6개월은 지켜보자고 한다”며 “나도 작년에 우울증으로 고생했지만 중기인은 죽으면 가슴에 숯만 가득하다고 한다”고 했다. A협동조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 주도의 결정”이라며 “구체적인 인상률은 노사가 중심이 돼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어려운 근로자를 더 어렵게 하고 힘든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하는, 시장경제 근간을 해치는 정책”이라며 “사용자들을 쥐어짜는 왜곡된 정책을 내놓고 생색은 정치권에서 내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토론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취지와 달리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9045원”이라며 “산입범위가 확대되지 않고 시급 1만원이 되면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전체의 44.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대기업 근로자는 최저임금에서 제외되는 정기상여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봉 4500만원 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자가 돼 중소기업 근로자와의 격차가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내년부터는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7.5%인 반면 월 급여는 97.3%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숙식비가 포함되지 않고 최저임금이 또다시 대폭 오르면 내·외국인 근로자 간 임금 역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을 채용한 중기·소상공인의 85%가 숙박비를 100% 부담하고 있으며 86.3%는 식비를 제공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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