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 해시드 대표, “ICO 금지는 자본 유출로 이어져”

입력 2018-05-16 09:28   수정 2018-05-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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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대책은 갖춰야”



“해외는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하는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입니다.”



블록체인 전문펀드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정부의 가상화폐공개(ICO) 금지 조치가 국내 기업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다수의 해외 국가를 오가고 있지만 한국만큼 블록체인 생태계가 갖춰진 나라는 드물다”며 “ICO 전면 금지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ICO 금지가 자본의 국외 유출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라며 “카카오 같은 대기업은 전세계에서 수 조원씩 자금을 모을 수 있지만 ICO는 해외서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제한 없는 ICO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거래소 해킹 사고나 금융사기를 막아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이 일어날 때도 규제나 투자과열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했다”며 “ICO 금지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시드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업계의 큰손으로 꼽힌다.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블록체인 기업 40여 곳에 투자했다. 의료정보를 블록체인화한 ‘메디블록’, 사이버 보안정보를 다루는 ‘센티넬 프로토콜’, 화장품 원료 정보를 다루는 ‘코스모체인’ 등이 해시드가 투자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해시드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벤처캐피털(VC)과 비슷하다. 투자 수단이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창업팀을 발굴하고 ICO까지 도와주고 있어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에 가깝다는 평도 나온다. 블록체인 세미나 등을 수시로 열어 업체 간 네트워킹도 도와준다.



김 대표는 해시드를 설립하기 전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노리’의 공동창업자였다. 2012년 설립된 노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수학교육 서비스로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년 전 우연히 이더리움에 투자하면서부터다. 첫 투자에서 손해를 봤지만 이더리움 기술의 참신함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이더리움은 일반적인 컴퓨터 언어처럼 복잡한 내용도 만들 수 있다”며 “스마트계약(블록체인을 이용한 금융거래)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블록체인이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회사는 회사의 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가지만 블록체인은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성과가 골고루 분배되므로 모두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사람들이 회사가 아니라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투자자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블록체인 벤처파트너로 선임됐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김서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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