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민이 직접 묻는 국민청원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청와대 분석을 보면 인권·성평등, 보건·복지, 안전·환경 순으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답변 기준인 ‘20만 명 동의’를 넘지 않는 국민청원에 나타난 ‘민심’에 대한 정책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국민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다는 평가는 타당하다. 하지만 청와대 스스로가 이를 ‘국민의 뜻’으로 오독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청와대 분석 결과에는 연령·성별·계층·정치성향 등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 요소가 배제돼 있다. 한 사람이 청원에 얼마나 많이 참여했는지도 알 수 없다. 모든 청원은 인터넷을 통해 사실상 익명으로 이뤄지고, 참여 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민심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불완전한 데이터다.
더구나 70대 이상 인구의 68.2%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70대 이상 인구 수는 51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국민청원을 민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100대 국정과제 정부 보고서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도 함께 내놨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일자리’였다. 청와대는 그러나 해당 키워드에 대한 언론 보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했더니 “일자리 언급량은 5.6%에 머물렀다”고 했다. 고용이 악화되고 있지만 일자리 문제가 지역(31.7%), 교육(25.9%), 경제(21.3%)에 비해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남북한(5.15%), 중소기업(2.25%) 등은 일자리보다 관심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논리대로라면 남북 관계 개선, 대·중소기업 상생처럼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 역시 미미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라인 여론이 정책 집행의 기준이 돼서도, 국정 방향의 준거가 돼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역으로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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