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茶山의 눈으로 기업을 보다

입력 2018-05-16 17:42  

신영선 <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yshee@kbiz.or.kr >


올해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저술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최근 대기업 오너일가 갑질 사태와 맞물려 리더의 ‘청렴’을 강조한 목민심서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필자 역시 목민심서에 나오는 ‘청심(淸心)’을 최고 덕목으로 삼아왔다.

다산의 가르침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중요한 가치다. 기업 성장과 기업 문화 간 상관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은 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이던 엔론은 이익 부풀리기,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부패 실상이 알려지면서 2개월 만에 파산했다. 반면 준법경영 보상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독일 기업 지멘스는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청렴한 사업만을 추구하겠다는 윤리경영 선언 이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약 0.53% 올라가고, 매년 일자리가 2만7000개 이상 창출되며 세입이 40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청렴 문화가 기업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세계적인 기업들이 왜 청렴 문화를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도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이 올바른 기업문화를 통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바른 성장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위탁업체와 수탁업체, 사용자와 근로자의 상생’ ‘청렴 사회와 공정시장 조성’ ‘협업 생태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중소기업주간의 첫 번째 행사로 중소기업단체장들이 모여 다짐 선포식을 연 것도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제 우리 사회도 청렴의 가치에 기반한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중소기업계가 청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먼저 출발했지만 대기업과 근로자, 정부와 정치권,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불투명한 회계 관행 등을 바로 잡아 윤리·준법 경영을 실천하고, 정부는 지속가능한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사회 모든 구성원은 책임 있는 당사자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정약용 선생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민심서를 내놨을 것이다. 200년이 지난 오늘 목민심서는 기업에 성장의 해답을 제시한다. ‘청렴’이 곧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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