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곡마을 땅값 3.3㎡당 2500만원…3년 만에 1000만원↑
16일 서울 강남구 대모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은곡마을. 서울에서 드물게 전원생활이 가능한 이곳에선 40년 가까이 된 노후 주택을 철거하고 단독·다가구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동안 화훼·농가 주택 등으로 사용된 건물들이 세련된 건축물로 변신하고 있었다. 은곡마을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낡은 주택이 많다. 양평 등으로 멀리 떠나지 않고 서울에서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중년층이 원주민들로부터 이런 집을 사들여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단독주택 단지에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자곡동 교수·쟁골마을, 못골마을, 율현동 방죽마을, 세곡동 은곡마을 등에서 70대 원주민들이 집을 내놓고 40~50대가 이를 사들이면서 거주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새로 진입하는 이들이 40년 가까이된 단독주택을 헐고 신축 건물을 올리고 있다. 근처에 강남보금자리지구 세곡지구 등이 들어서면서 예전의 시골마을 정취는 사라졌지만 편의시설이 확충되면서 살기 편해진 영향이다.
◆단독 신축 왕성한 은곡마을
강남구 자곡동, 율현동, 세곡동의 단독주택 마을은 서울에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거 지역이다. 대모산을 끼고 띄엄띄엄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이들 마을은 1980년대 취락구조 개선 사업으로 조성됐다.
매매가격은 지하철 3호선·SRT 수서역과 가까운 순으로 비싸다. 수서역세권 맞은편에 있는 교수·쟁골마을은 토지가격만 3.3㎡당 3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나머지 마을 주택의 토지는 3.3㎡당 2000만~3000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진다. 못골마을, 방죽마을, 은곡마을 순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대부분 대지 330㎡에, 건물 면적 198㎡ 안팎이다.
이 마을에서 30~40년 가까이 거주한 70대 원주민은 지방으로 내려가기 위해 집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마을마다 4~5건씩 나와 있다. 이를 40~50대 매수자가 사들인 뒤 새 건물을 짓는 것이다. 변화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은곡마을이다. 1980년대 중반에 집이 지어진 다른 마을들과 달리 1970년대 후반부터 집이 들어서 가장 많이 낡은 영향이다.
신축이 활발해지면서 노후 단독주택 시세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땅값이 3.3㎡당 180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2000만~2500만원대다. 3년 전에는 3.3㎡당 1500만원에 불과한 곳이었다. 현재 은곡마을에는 400여가구 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은곡마을 인근에 새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도 연령층이 낮아지는 원인 중 하나다. 기존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느낌이 사라지고 도시화되고 있는 까닭에 오롯이 전원생활만을 원하는 노년층들은 빠져 나가고 있다. 대신 전원생활도 그럭저럭 즐길 수 있으면서 편의시설도 함께 이용하고 싶은 중장년층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때 은곡마을의 일부였던 마을 맞은편 주택들은 롯데마트, 이마트24, 음식점 등으로 변신했다. 과거엔 생필품을 사기 위해 수서역 인근으로 나가야했지만 지금은 쇼핑이 편해졌다는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세곡동 푸르지오공인의 홍호영 대표는 “은곡마을에 단독주택 매수를 원하는 연령층 중 60대 이상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건물 나이도, 거주층 나이도 계속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서 누리는 전원 생활 ‘매력’
자곡동 못골마을과 율현동의 방죽마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부 일어나고 있다. 30년을 넘은 주택 몇채가 신식 단독·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이 일대도 은곡마을처럼 향후 신축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물은 4~5건 나와있다. 율현동 방죽공인의 김홍옥 대표는 “거주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한번 구매하면 최소 10년은 거주하고 나간다”고 전했다.
못골마을은 교육 여건이 좋은 까닭에 젊은 부부들도 많이 거주한다.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이 마을 입구에 있다. 자곡초, 풍문고는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다. 세명초, 세곡중도 가깝다. 세명초와 자곡초는 혁신초등학교다. 혁신초는 한 학급당 25~30명, 학년당 5학급 이내의 작은 학교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 지정했다.
이들 마을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이다. 수서역 강남보금자리지구 세곡지구 등이 들어서기 전에는 영락없는 시골마을이었다. 전원생활을 선호하는 부유층이 많이 터를 잡았다. 지금도 전원 분위기는 많이 남아 있다.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마구잡이 개발이 불가능해서다. 건폐율은 50%, 용적률은 50~100%다. 대지 면적의 절반에만 집을 지어야하는 까닭에 나머지 공간은 마당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은곡마을에선 일부 주민들이 지난해 말 종상향을 추진했지만 다수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서역세권 개발 호재
쟁골·교수 마을 일대엔 수서역세권 개발 특수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주택·토지 매물을 구하곤 한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1~2건에 그치지만 매수 대기자들이 수두룩하다는게 일선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근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토지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다. 향후 개발이 가능해질 수도 있고, 땅값도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다.
쟁골·교수 마을은 산에 둘러 쌓여 있고 입구에서 안쪽으로 꽤 많이 걸어야하는 까닭에 전원주택의 느낌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쟁골마을에 진대제 전 장관이 45억원 규모로 주택을 짓고 있는 것 외에 신축되는 단독·다가구는 거의 없다. 자곡동 자곡공인의 박병석 대표는 “그린벨트가 풀릴 것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많지만, 개발이 허용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매도자들은 70대, 매수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40~50대”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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