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
'인도 진출 전략' 세미나
인도, 매년 7~8%대 高성장 지속
2028년 세계 3위 경제대국 가능성
양국 협력은 아직 기반구축 수준
'G2리스크' 분산 위해 더 교류해야
인도의 고급 IT 기술력과 결합 땐
4차 산업혁명 파트너로도 제격
[ 김낙훈 기자 ]
인도는 더 이상 ‘숨을 헐떡거리는 코끼리’가 아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성장을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로 요약되는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이 핵심이다. 자동차 화학 섬유 제약 바이오 등 2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기존 15%에서 2022년까지 25%로 끌어올리고 일자리 1억 개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세계 6위(IMF 기준) 수준인 인도의 경제 규모에 대해 영국 경제경영연구센터는 2028년 3위의 경제 대국(G3)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회장 권종욱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난 12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에서 ‘2018년 정책세미나 및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세미나 주제는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전략으로서 K-패키지(Package)의 의미와 전망’이었다. KOTRA, 강원대 경제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윤원석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이 주제발표를 했다. 민상훈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사회), 김용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지석 세명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이춘수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밖에 학회는 ‘강원도의 4차 산업혁명 대응전략 방안’을 비롯해 △글로벌문화 △글로벌전략 △중소기업 해외진출 전략 △해외진출 전략 △해외 직접투자 △국제재무 △창업과 해외진출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 발표와 토론을 했다. 이 중 인도 관련 세미나를 소개한다.
◆윤원석 본부장 주제발표
‘K-패키지’는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 전략에 관한 KOTRA 차원의 정책 제안이다.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와 한국이 상생하는 방법으로 접근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주요 산업 분야별 협력 방안, 모디 총리의 ‘Make in India’에 한국을 포함하는 ‘Make in India with Korea’ 전략,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기업 투자 진출 등을 포괄하고 있다.
한·인도 양국 관계를 살펴보면 1973년 수교 이후 40여 년간 경제, 정치,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왔다. 2009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서명을 통해 경제협력이 강화됐다. 수교 이후 교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투자·경제협력 전 분야에서 일본,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인도 내 경제적 위상은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한 상태다.
예컨대 2015년 대인도 수출액은 중국이 약 582억달러, 일본이 약 81억달러, 한국이 120억달러 규모였다. 최근 3개년 수출증가율은 한국이 6%에 머무른 데 비해 중국은 20% 증가해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2011년 인도 진출기업 수는 한국이 400여 곳인 데 비해 일본은 1800여 곳으로 한국의 네 배가 넘는다.
인도는 인구 약 13억4000명(2017년)의 거대한 시장이다. 2000년 이후 연평균 7~8%대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17년엔 7.1%, 2018년에는 7.6%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잠재력 때문에 주요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도와의 협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중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국영은행의 자금력을 활용, 인도 인프라개발 시장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협력은 물론 외교안보 등을 포괄하는 정상급 협력체제를 확립했다. 투자진출 여건 개선을 통해 일본 기업의 대인도 투자 확대를 지원한다.
인도 정부도 고도산업화, 일자리 1억 개 창출, 글로벌 제조기지로의 성장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주요국과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 단계에서의 양국 협력은 기반 구축에 머물러 있다.
한·인도 미래비전 및 실현 전략으로서의 ‘K-패키지’는 양국의 정책 목표의 접점을 찾자는 것이다. 인도는 거대 내수시장 개방을 통해 경제부흥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G2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아세안과 더불어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인 인도와 상생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8대 산업분야의 협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농식품 △기계·장비 △스마트시티 △자원·에너지 △환경·의료·보건 등이다. 자동차분야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으로 인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부품, 보수 등 중소업체 진출 분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을 위해선 인도의 고급 정보기술(IT)력에 한국의 대량 생산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
인도의 헬스케어 부문은 매우 낙후돼 있다. 보건의료 수준도 세계 최하위권이다. 한국은 환경(수처리 및 쓰레기 처리), 의료보건 및 바이오 서비스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우위가 있는 만큼 ODA 및 투자 진출 등을 통해 협력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주요 토론 내용] "인도 진출하는 한국기업, 현지화에 주력해야"
내용중국은 지속성·일본은 자본… 한국 경쟁우위 무엇인지 살펴야
개별 협상으로는 성과 한계… 정상외교 등 다각적 협력 필요
◆민상훈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사회)=중국의 사드 보복사태 이후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생산기지로서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파트너로 중시해야 하는 곳이다.
◆김용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인도는 만만하지 않다. 길게 봐야 하는 시장이다. 시장 개척에서도 지속성이 중요하다. 2~3년 해보고 안 되면 철수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인도는 넓고 다양한 시장이어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들어간다고 무작정 따라들어가서 성공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오히려 작게 시작하더라도 현지 시장을 제대로 겨냥한 뒤 점차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오준석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인도 진출과 관련해 한국의 경쟁우위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인도에 진출하고 일본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다. 한국은 ‘현지화’에 주력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푸네 지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여러 가지 산업이 수직계열화돼 있어 한국 중소기업의 참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인도 진출 시 ‘형평세(equalization levy)’를 주의해야 한다. 조세조약에 의해 투자인센티브로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해도 인도의 동종 또는 유사기업의 세부담과 비교해 세금부담이 낮으면 과세형평을 위해 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혜택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지석 세명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한국과 인도가 CEPA를 맺었을 때 양허 수준은 85%였다. 반면 일본에 대한 양허율은 90%에 달했다. 그 결과 일본 기업이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의 양허내용 활용도도 56.3%에 그쳐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광고도 현지인의 정서에 맞게 좀 더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중국 기업의 광고가 훨씬 실용적이고 스타마케팅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있다.
◆이춘수 부경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인도 진출과 관련한 ‘K-패키지’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종합적이며 체계적인 접근이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듯하다. 한국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호되게 당한 점을 감안해 패키지 형태의 협력을 통해 인도 시장에 접근하려는 점은 이해한다.
◆윤원석 KOTRA 경제통상협력본부장=단편적인 협력이나 개별협상만으로는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일본은 거의 정례적으로 인도와 정상외교를 비롯한 여러 단계의 협력을 모색한다. 일본이 인도와 CEPA를 체결한 이후 한국의 네 배가 넘는 업체들이 진출한 것도 지속적인 협력의 결과물이다. 여러 가지 의견을 토대로 보완하고 다듬어서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패키지딜을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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