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35년 임대사업' 철수 검토

입력 2018-05-17 17:38   수정 2018-05-22 11:24

경영환경 악화… 작년 적자 전환

26만5000가구 중 80% 임대
신명호 회장 대행 오늘 취임



[ 최진석 기자 ] 부영그룹이 임대주택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장 구속과 실적 악화, 집단 민원 등으로 경영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민간기업의 임대주택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사업자인 부영이 시장에서 철수하면 임대시장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부영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임대료 상한선, 신고 방법 등에 대한 법 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집단 민원 소송도 많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지난 35년간 해온 임대주택사업 성과를 인정해주기보다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사회 분위기도 형성돼 있어 철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영그룹은 분양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경산 사동의 임대예정 단지를 분양으로 전환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경산 사동에 확보한 나머지 사업부지와 전남 여수 웅천의 임대예정 사업지도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산 사동 분양시장은 전체적으로 분양 가격에 장점이 있었다”며 “여수 웅천지구도 신규 분양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고 부동산 시세가 상승 중이라 분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국내 최대 민간 임대주택사업자다. 부영그룹이 사업을 시작한 후 작년까지 지은 아파트는 26만5000여 가구인데 이 중 80% 정도가 임대아파트다. 작년 말 기준으로 202개 단지에서 8만6515가구의 임대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의 지난해 매출은 8981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5596억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영업실적은 지난해 155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현금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매입한 부영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사옥)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1월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임대차계약 변경예정일 1개월 전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7월17일부터 시행된다.

한편 부영그룹은 횡령·배임과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중근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장직무대행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부영그룹은 이날 회장 직무대행으로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사진)가 18일 취임한다고 밝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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