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대결 앞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29일 현대모비스 주총
의결권전문委서 결정
정치·공학자 등으로 구성
"독립성 높이겠다"지만 전문성 떨어진다는 지적 많아
일부 운용사 '찬성' 움직임
"최적의 지배구조 개편안"
기업지배구조원은 '반대'
[ 장창민/유창재/김익환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성패가 결정된다.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지분율 9.8%)인 국민연금이 관건이다. 국민연금은 ‘공’을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길 전망이다.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그룹의 미래를 민간위원 여덟 명에게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학과 법학 전공 학자 위주의 민간위원들이 자동차 전문 그룹의 분할·합병 관련 가치와 복잡한 회계구조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 독립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이 17일 현대 지배구조 개편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들의 지지 의사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그룹 명운 민간위원 8명에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OK 사인’을 줬다.
하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기’를 든 데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외국인 주주들(48.57%)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하고 나서면서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정 회장과 계열사 등이 보유한 우호지분은 30.17%다. 주총 안건 통과를 위해선 약 2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할지 반대할지, 아니면 중립을 지킬지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에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한다.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이 없더라도 의결권전문위가 안건 부의를 요구하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경제계의 걱정은 적지 않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전문성이다. 분할·합병은 두 회사의 기업 가치와 합병 시너지 등을 따지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투자·회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하다. 학자나 각 단체 대표 위주의 민간위원들이 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총을 열흘 정도 앞둔 상황에서 민간위원들이 자동차산업을 이해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한 민간위원도 “여덟 명의 위원 모두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국내 운용사들 ‘찬성’ 가닥
국민연금 외 다른 주요 주주들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과 뱅가드를 비롯한 글로벌 운용사는 물론 KCC KEB하나은행 등도 현대모비스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자산운용사 더캐피털그룹(3.91%), 피델리티(1.66%), 블랙록(1.64%), 뱅가드(1.63%) 등이다. 엘리엇도 1.5%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지분은 8.73%(작년 말 기준)로 확인됐다. KB자산운용(0.57%), 미래에셋자산운용(0.56%), 삼성자산운용(0.32%), 한화자산운용(0.22%), 트러스톤자산운용(0.09%) 등이다. 이 중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일부 운용사도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보다 더 나은 지배구조를 모색하긴 어렵다”며 “분할·합병비율은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이 요구한 지주사 전환 방안에는 국내 법 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장창민/유창재/김익환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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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현대모비스 주총
의결권전문委서 결정
정치·공학자 등으로 구성
"독립성 높이겠다"지만 전문성 떨어진다는 지적 많아
일부 운용사 '찬성' 움직임
"최적의 지배구조 개편안"
기업지배구조원은 '반대'
[ 장창민/유창재/김익환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성패가 결정된다.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지분율 9.8%)인 국민연금이 관건이다. 국민연금은 ‘공’을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길 전망이다.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그룹의 미래를 민간위원 여덟 명에게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학과 법학 전공 학자 위주의 민간위원들이 자동차 전문 그룹의 분할·합병 관련 가치와 복잡한 회계구조를 전문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 독립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이 17일 현대 지배구조 개편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들의 지지 의사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그룹 명운 민간위원 8명에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OK 사인’을 줬다.
하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기’를 든 데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이 외국인 주주들(48.57%)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하고 나서면서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정 회장과 계열사 등이 보유한 우호지분은 30.17%다. 주총 안건 통과를 위해선 약 2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할지 반대할지, 아니면 중립을 지킬지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에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한다.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이 없더라도 의결권전문위가 안건 부의를 요구하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경제계의 걱정은 적지 않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전문성이다. 분할·합병은 두 회사의 기업 가치와 합병 시너지 등을 따지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투자·회계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하다. 학자나 각 단체 대표 위주의 민간위원들이 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총을 열흘 정도 앞둔 상황에서 민간위원들이 자동차산업을 이해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한 민간위원도 “여덟 명의 위원 모두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국내 운용사들 ‘찬성’ 가닥
국민연금 외 다른 주요 주주들의 ‘표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과 뱅가드를 비롯한 글로벌 운용사는 물론 KCC KEB하나은행 등도 현대모비스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모비스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자산운용사 더캐피털그룹(3.91%), 피델리티(1.66%), 블랙록(1.64%), 뱅가드(1.63%) 등이다. 엘리엇도 1.5%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지분은 8.73%(작년 말 기준)로 확인됐다. KB자산운용(0.57%), 미래에셋자산운용(0.56%), 삼성자산운용(0.32%), 한화자산운용(0.22%), 트러스톤자산운용(0.09%) 등이다. 이 중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일부 운용사도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보다 더 나은 지배구조를 모색하긴 어렵다”며 “분할·합병비율은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이 요구한 지주사 전환 방안에는 국내 법 규정을 위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장창민/유창재/김익환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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