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세계 60 아티스트' 선정
평창올림픽 개막식 한복 디자인
[ 홍윤정 기자 ] 한복의 세계화를 이끈 세계적 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한복 디자이너 길로 들어섰다. 1976년 마흔에 서울 서교동 레이디스타운에 ‘이영희 한복의상’을 열었다. 1980년 한국의상협회 창립을 기념하는 한복패션쇼에 참가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94년 프랑스 파리의 의상전시회 프레타 포르테에서였다. 한국인 디자이너 최초로 쇼에 참가해 자신의 한복을 소개했다. 저고리 없는 한복을 입고 맨발로 등장한 모델을 보고 프랑스 르몽드 기자가 ‘바람의 옷’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하면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현지 패션잡지가 이씨의 한복을 ‘기모노 코레(코리안 기모노)’로 소개한 뒤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복식 사전에 ‘한복(Hanbok)’이라는 고유명사가 등재됐다.
200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2004년 뉴욕 이영희 한복 박물관 개관, 2007년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한복 전시, 2008년 구글 캠페인 ‘세계 60 아티스트’ 선정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개막식 한복 의상을 담당했다. 소프라노 황수미 씨와 장구춤 무용수들의 의상이 고인의 작품이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고인이 병상에서도 평양 패션쇼를 구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인은 2001년 6월 평양에서 패션쇼 ‘이영희 민속의상전’을 열었다.
2012년 외손자가 한류스타 전지현 씨와 결혼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이종협 씨와 아들 선우·용우씨, 딸 정우씨(디자이너)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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