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카소도, 마네도 '고양이 집사'였다

입력 2018-05-17 18:32  

고양이는 예술이다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 이한음 옮김 / 은행나무 / 288쪽│2만3000원



[ 심성미 기자 ] 인류를 사로잡은 반려동물, 고양이.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최근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의 습성, 고양이가 반려묘로 안착하기까지의 역사 등을 다룬 서적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쓴 《고양이는 예술이다》도 그중 하나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자는 동서고금의 명화를 통해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게 됐는지에 대한 역사를 되짚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사시대부터 시작해 중세시대, 현대의 예술작품 속 고양이의 모습을 분석한다. 중세시대 고양이는 인간에게 지금처럼 사랑받지 못했다. 오히려 마녀사냥의 광기가 작열하던 그때 ‘마녀’들과 함께 무더기로 불태워지기 일쑤였다. 저자는 12세기 이교도의 상징으로 고양이가 내세워지면서부터 고양이를 악마와 한 패거리인 사악한 동물로 보는 이들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주저하는 악마 숭배자들에게 뿔이 난 악마가 고양이의 엉덩이에 입을 맞추라고 말하고 있는 ‘사탄 숭배 집회의 죄악에 대하여’(1470~1480년께)나 종 치는 줄을 타고 올라가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성 도미니코 앞에 나타난 악마(1400~1410년께)를 그린 판화를 볼 수 있다. 저자는 “까마귀처럼 까맣고, 주로 컴컴할 때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는 18세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현대에 들어서 고양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화폭 안에 자리잡았다. 인상파, 야수파, 후기 인상파 같은 미술 운동을 이끌던 주요 인물 가운데도 고양이에게 매료된 화가가 많았다. 특히 고양이를 좋아한 에두아드 마네가 아내를 그린 초상화에 담긴 무릎 위 고양이는 마치 치마의 주름에 녹아든 듯한 질감으로 표현됐다. 평생 고양이를 애지중지하며 길렀던 피카소는 정작 자신의 화폭에서는 길고양이의 흉폭함을 주로 담았다. “고양이라는 주제로 돌아갈 때마다 폭력의 순간을 묘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피카소는 말했다. 피카소에게 고양이가 무자비한 살해의 상징이었다면 폴란드계 화가인 발튀스는 고양이에게 여성의 성욕이라는 이미지를 투영했다. 저자는 발튀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꿈꾸는 테레즈’(1938년)에서 고양이가 소녀의 억눌린 성욕을 대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설한다.

선사시대 암각화부터 인상파 화가들의 초상, 현대의 풍자 일러스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인류 역사 속 수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준 고양이의 천태만상 자태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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