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을 살리자” 위기의 고시촌을 구하기 위한 서울대 학생들의 ‘무박2일 끝장토론’

입력 2018-05-18 16:37   수정 2018-05-21 17:14


“서울대생과 고시촌 주민이 음식으로 교류하는 쿠킹 카페를 만들자” “고시촌 옆 도림천에 ‘도림천 아고라’를 만들어요” “고시촌 쓰레기통에 바코드를 설치해 이용 포인트를 나눠주는 방안도 어떤가요”

위기에 빠진 고시촌을 구하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이 무박 2일 ‘끝장토론’에 발 벗고 나섰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주최로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무박 2일 해커톤’이 열린 서울 관악구 서울대 스타트업 캠퍼스 ‘녹두.zip’ 지하 1층. 참가자 40여 명은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펼쳤다. 연이은 회의에 지친 모습이지만 학생들의 눈빛은 빛났다. 발표가 시작되자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때때로 놀라운 탄성도 터졌다.

‘녹두.zip’은 고시촌을 ‘창업촌’, ‘청춘촌’으로 바꾸는 서울대학교 캠퍼스 타운 사업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해커톤에서는 13개 팀(41명)이 선발돼 경연을 펼쳤다. 학부와 대학원생을 포함해 수의학과, 지구환경과학부, 지리교육과, 전기정보공학부, 경제학부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각 팀이 1~3일 짧은 기간 동안 토론을 벌여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결과물을 서로 평가해 시상하는 대회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이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 시작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번화했던 고시촌 거리를 어떻게 하면 재생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해커톤 대회를 준비했다”며 “고시촌의 정체성을 살리고 부족한 문화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발굴하는 게 목표”라고 취지를 밝혔다.

2~4명으로 팀을 이뤄 참가한 서울대 학생들은 무박2일 동안 침체된 고시촌을 살릴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학생들은 △신림동 녹두거리 환경개선 △지역 커뮤니티 고유 콘텐츠 개발 △중고거래 플랫폼(공유창고) 활성화 방안의 3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다. 5분가량 진행된 프레젠테이션과 교수들의 심사를 마치고 최종 4개팀이 입상했다.

이날 무박 2일 해커톤 대회의 대상은 ‘녹깨비’(이지원·곽준환) 팀이 차지했다. 고시촌 중고거래 시스템과 서울대 학생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녹깨비 팀의 이지원(수의학과·14학번)씨는 “녹두.zip을 고시촌의 문화 랜드마크로 만들어 중고거래와 버스킹, 토론대회 등이 열리는 교류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상은 서울대-고시촌 전기자전거 프로젝트를 제시한 ‘링크라이드’가 선정됐다. 따릉이와 연계해 서울대와 고시촌을 자전거 이동권으로 통합하는 내용을 선보였다. 은상은 바코드 쓰레기통으로 고시촌 환경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은 ‘에코 포인트슈머’와 가로등·전봇대에 야광 조형물을 설치해 예술 작품으로 꾸민 ‘녹두거리 와글와글’팀이 수상의 영광을 얻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아이디어는 향후 고시촌 지역활성화 사업에 적용될 예정이다.

심사에 참여한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작은 씨앗인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지역 공동체 활성화라는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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