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회담 앞둔 미묘한 시점
김정은 주재로 2년 만에 열려
"국가방위사업 개선대책 결정"
협상실패 대비책 모색했을 수도
[ 이미아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1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중앙군사위는 북한의 군사분야 정책과 전략 수립을 총지휘한다. 다음달 12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방법을 놓고 잇따라 마찰음을 내는 미묘한 시점에서 회의 개최 사실이 공개돼 주목된다.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접견 이후 김 위원장의 첫 공개 행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18일 “확대회의에서는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일련의 조직적 대책들이 토의·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대한 북한 군 차원의 나름대로의 입장 정리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 후 비핵화 이행 시 핵무기 폐기를 염두에 둔 새로운 국방정책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달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종료하고 사회주의 경제 건설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채택한 데 따른 군의 개편안이 채택됐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북한이 한·미 양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벼랑 끝 전술로 나오고 있지만 대화판 자체를 깰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미국과의 핵담판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한 전략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5월 노동당 7차대회 이후 만 2년 만에 열린 중앙군사위에서는 군 고위 인사도 단행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확대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들을 해임하고 새로운 간부들을 임명한 데 대한 조직문제(인사)가 취급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난 황병서가 당연직인 당 중앙군사위원에서도 물러나고, 그 자리에 후임 총정치국장인 김정각이 임명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수 군 총참모장이나 박영식 인민무력상의 거취 문제도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미·북 정상회담 재고를 언급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와 “남북 고위급회담 중단은 남조선의 책임”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인터뷰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에서는 김계관과 이선권의 언급을 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회담 취소 가능성을 흘리는 벼랑 끝 전술로 나오고 있지만 판 자체를 깰 의사가 없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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