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음원 CD처럼 생생하게"…기아차 'THE K9' 렉시콘 체험해보니

입력 2018-05-20 06:30  

'17스피커·900W' 하만 오디오, 국산차 최고급 음향 갖춰
차 안에 5.1채널 홈시어터 효과
손상된 MP3음원도 복원해 명징하게




지난 18일 가본 서울 강남 영동대로 '살롱드 K9'. 기아자동차가 플래그십 세단 'THE K9'(2세대 신형)을 출시하면서 마련한 이 전용관엔 아주 특별한 공간이 하나 있다. 그 곳은 바로 쇼룸 2층에 있는 '렉시콘 청음실'이다. 고급 수입차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오디오 소스기기와 앰프, 대형 스피커 등이 마련돼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하만(Harman)의 매력을 선사한다.

기아차는 신형 K9을 내놓으면서 감성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 렉시콘 오디오가 있다. 신형 K9에 들어간 렉시콘 오디오는 국산차 중 최고급 음향 수준을 자랑한다. 총 17개 스피커와 최대 900W의 출력을 내는 12개 채널용 클래스D 앰프가 장착돼 오디오 애호가들을 흥분시킨다. 하만인터내셔널 측 설명에 따르면 5.1채널 홈시어터 효과를 차 안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이날 '차 안의 콘서트홀' 효과를 내는 하만의 독자 기술인 퀀텀로직서라운드(QLS)와 손상된 압축 음원을 복원해 생생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클라리파이(Clari-Fi) 기능을 체험해 봤다.


◆ K9, 렉시콘 만나 품격을 입다

고급차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는 달리는 자동차에서 더 좋은 음악을 감상하려는 이들이 많다. 기아차는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신형 K9에 17개의 스피커가 내장된 렉시콘 오디오를 장착했다.

운전석에 앉아 차량 실내 대시보드 중앙에 있는 12.3인치 터치스크린을 조작했다. 사운드 설정으로 들어가니 퀀텀로직서라운드, 클라리파이, VIP 사운드 등이 나열됐다.

USB에 담겨 있는 디지털 음원 중 보이즈투맨의 노래(Thank U)를 재생시켜 클라리파이 기능을 감상했다. 다소 밋밋하던 사운드가 고주파 영역의 소리가 복원돼 더 박력있고 입체적으로 들렸다.

하만인터내셔널코리아의 김남규 부장은 "클라리파이 기능은 MP3 파일 압축시 손실된 음원을 CD 음질 수준으로 복원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음원 한 곡당 압축률은 95%에 달해 물리적으로 음원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MP3로 좋은 음악을 들으려면 좋은 오디오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만 측은 인터넷 대중화로 그동안 25억곡이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된 것으로 집계했다. 요즘 젊은 층은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듣는다. 예전과 달리 집안에서 LP(바이닐), CD 등 음반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보통 12~14곡 정도 수록된 CD용량은 700메가로, 노래 한 곡당 50메가다. 이것을 스트리밍 음원(MP3 파일)으로 변환하면 한 곡당 3메가로 줄어든다. 이러한 음폭을 줄이는 과정에서 음원 손실이 생긴다. 만일 차 안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USB에 담긴 MP3 파일을 재생하면 일부 손실된 음질을 듣게 되는 셈이다.

렉시콘 홍보 영상에 등장한 록밴드 건즈앤로지스의 기타리스트 슬래쉬는 "파일 압축 과정은 좋은 사운드를 만들려는 뮤지션들의 레코딩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했다.


클라리파이에 이어 퀀텀로직서라운드 기능으로 마룬파이브의 노래(Moves Like Jagger)를 들어봤다. 퀀텀로직서라운드는 사운드 설정에서 △끄기 △관객모드 △무대모드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노래를 듣다보니 뚜렷한 음색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관객모드를 설정했더니 좌우 서라운드 사운드가 가상의 무대를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는 듯한 효과를 줬다. 그 다음에 무대모드로 바꾸니 운전석 뒤쪽 소리 울림이 커지면서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K9 스피커는 알루미늄 소재로 마감돼 있는 게 특징. 김남규 부장은 "고급차 스피커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주로 쓰는 대중차 스피커와 달리 알루미늄 케이스를 쓰는데 투과율이 좋아 소리 전달이 더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에 편입된 하만…카오디오 점유율 35%

1971년 설립된 렉시콘은 카오디오 시장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몰았던 롤스로이스 팬텀과 2003년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현대·기아차가 플래그십 세단에 렉시콘 오디오를 탑재하면서 국내 소비자와 본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국산차는 2008년 1세대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현재 EQ900, G80 등 제네시스 차량에 탑재돼 있다. 기아차에 렉시콘이 제공되는 모델은 K9과 스팅어 뿐이다.

유명 팝가수들의 음반은 물론 방송 및 영화 음향까지 전세계 음원의 80%가 렉시콘 장비로 녹음되고 있다. 지난 40년간 음향장비 및 홈오디오 산업에서 축적해 온 기술은 2000년대 들어 카오디오 분야까지 진출했다. 그러한 기술을 인정받아 2014년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인 그래미상 테크니컬 부문을 수상했다. 그래미상을 받은 카오디오 브랜드는 렉시콘을 포함해 AKG, JBL, 야마하 등 4개에 불과하다.

렉시콘은 세계 최대 음향회사인 하만인터내셔널 산하 브랜드다. 카오디오 시장은 점유율 35%를 차지하는 하만과 보스(24%)가 양분하고 있다. 하만 계열 오디오는 렉시콘뿐만 아니라 뱅앤올룹슨, 인피니티, AKG, 레벨, 마크레빈슨, JBL 등이 있다. 하만은 2016년 11월 삼성전자가 약 9조원에 인수해 삼성 자회사로 편입됐다.


기아차는 하만과 2015년부터 마케팅 협업을 펼치고 있다. 렉시콘은 K9 구매자에게 선택품목(옵션)으로 17스피커와 외장앰프, 그리고 DVD플레이어를 포함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3.8 모델 플래티넘2(5950만원)와 플래티넘3(6890만원)트림에서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150만원에 추가할 수 있다"며 "3.3 터보 모델에선 마스터즈2·3트림에서 추가 선택 가능하다"고 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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