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범인(凡人)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가끔은 감정에 치우쳐 잘못된 선택을 하고, 때로는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남의 허물은 크게 탓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희로애락의 감정을 그때그때 드러내며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인간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업을 이끄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이 기업과 직원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결코 흐트러지거나 사사로이 행동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든지 좋고 나쁨을 떠나 감정을 절제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며 참아야 할 때는 독하게 참아야 한다. 마음을 엄격하게 다스리며 최선의 선택과 결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도 크고 작은 위기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잘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나 낙관도 금물이다. 위기를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데 급급해 앞뒤 재지 않고 무리한 경영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때를 기다리며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거래처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기업 대표는 포기하고 싶은 막막한 순간이 있었는데 믿고 대출을 해준 덕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무척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밥을 사겠다고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필자는 어려움을 잘 이겨내 줘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식사 대접을 했다. 그룹의 금융 지원도 큰 힘이 됐겠지만 힘든 시기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던 대표가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리더는 참 어려운 자리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험 요인은 없는지 살피며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기에 처했을 때는 조직의 사기를 높여 단번에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구성원을 믿고 신뢰하며 함께 동고동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처세술의 대가인 사마의는 “성공에 가까웠을 때 위험이 가장 크고, 형세가 좋을 때 잘못을 범하기 쉽다”고 했다. 작은 성공에 우쭐해 하지 말고 겸허하게 자신을 낮추는 한결같은 마음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지만 기업을 이끄는 리더가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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