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10만원 훌쩍 넘기도
감자 한 알=전복 두 마리
이상기후에 생산량 급감
6월 초까지 계속 '金자' 될 듯
[ 안효주 기자 ] 감자는 식탁에 오르는 가장 흔한 반찬거리 중 하나다. 감자볶음, 감자전 등 감자를 활용한 손쉬운 요리들은 식당 밑반찬으로도 인기가 많다. 사계절 내내 생산되는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분이다.
이렇던 감자가 최근 ‘귀한 몸’이 됐다. 감자가 아니라 ‘금(金)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매가 기준 한 알에 2000원에 이르는 등 작년에 비해 3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서 800원에 팔리는 완도산 전복 한 마리(22미 기준)보다 국산 감자 한 알이 더 비싸진 것. 폭우와 폭염, 강추위가 지난해 내내 이어지면서 감자 농사가 시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감자 가격 왜 올랐나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감자 상품 기준 한 상자(20㎏) 도매가는 10만7705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평균가(4만1100원)보다 162%나 뛴 가격이다. 100g당 소매가는 765원으로 1년 전의 413원에 비해 85.2%나 올랐다. 감자 가격 통계가 작성된 1996년 이후 사상 최고가다. 이달 들어 20㎏ 도매가 평균 7만3000원대로 주춤하고 있지만 평년 가격에 비하면 여전히 곱절 이상 비싸다.
국내 감자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생산량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한파 피해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감자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감자는 연간 4회 출하되는데 3~5월에는 시설봄감자, 6~7월은 노지봄감자, 8~11월은 고랭지감자가 생산된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가을감자가 시장에 나온다.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노지봄감자는 지난해 재배지가 줄면서 수확량도 감소했다. 고랭지감자는 여름 내내 계속된 폭우와 폭염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다. 가을감자는 한파가 덮치자 맥을 못췄다. 3월부터 출하되는 시설봄감자도 올초 강추위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 같은 이상기후가 번갈아 찾아오자 지난해 전체 감자 생산 규모는 44만4000t으로 전년보다 20.7% 감소했다.
◆소비자들 감자 구매 꺼려
치솟는 감자 가격에 외식업계가 가장 타격받고 있다. 평소보다 감자가 절반 정도만 들어간 감자탕도 등장했다. 식재료값이 갑자기 오르자 메뉴 가격을 즉각 올리는 대신 고구마를 사용하는 등 자구책 강구에 나섰다. 올해 최저임금 상승에 이어 농산물 가격 상승 등 판매가 인상 요인이 잇따르자 자영업자들은 “원가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역시 감자를 금자로 부르며 소비를 줄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얼마 전 마트에서 감자를 집었다가 세 개 5000원이 나오길래 깜짝 놀랐다”며 “감자값이 떨어질 때까지 최대한 적게 먹고 꼭 필요한 음식에만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약재배 후 감자를 대량 납품받는 업계도 가격 결정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한 식자재 납품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치솟자 농민들이 계약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며 “작년부터 작황이 나빠 되레 손해를 보진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감자 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외국산 확보에 나섰다. 가격 상승이 시작된 3월부터 정부는 미국과 호주 등에서 감자를 수입해왔다. 지금까지 수입된 감자는 1335t으로, 이달 말 이전에 3075t을 더 들여와 4410t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들어 감자 가격은 다소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6월 노지봄감자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저장성이 높지 않고 연중 꾸준히 생산된다는 특성 때문에 감자는 비축 대상에 들지 않았다. 정부는 내년 비축사업 품목에 감자를 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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