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기업지배구조원 등
모비스 분할·합병 '반대 권고'
국민연금 반대표 가능성
29일 주주총회 강행 땐
지배구조 개편안 무산될 수도
연금이 찬성해도 논란 불가피
주총 연기 땐 시장 신뢰 '타격'
이번주 모비스 이사회 열고
'안건 변경' 등 대책 논의
[ 장창민 기자 ]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이 ‘딜레마’에 빠졌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서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끼어든 데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현대모비스 2대 주주(지분율 9.8%)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잇따라 ‘반대 권고’를 한 탓이다. 주총 ‘표대결’에서 불리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지배구조 개편안 일부를 수정하고 주총을 미루기도 녹록지 않다. 주주와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주 초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 등을 일부 조정하는 쪽으로 안건을 변경하기 위해 주총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고민 휩싸인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 대 1이다.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이미 ‘OK 사인’을 줬다. 엘리엇이 분할·합병 비율 등에 ‘시비’를 걸며 반기를 들었지만 정 부회장은 “흔들리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내외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큰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이 잇따라 외국인 주주(48.57%)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하면서 치열한 표대결이 벌어지게 됐다.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을 맡은 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 권고에 나서면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민간위원 여덟 명으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한 민간위원은 “늦어도 25일까지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고민에 휩싸였다. 이대로 주총을 밀어붙이면 분할·합병안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줘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판인데 잇단 ‘반기’로 국민연금의 찬성마저 불투명해졌다.
정 회장과 계열사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30.17%다. 주총 안건 통과를 위해선 약 2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3만9000원(18일 종가)인 현대모비스 주가도 부담이다. 주식매수청구권 기준 가격(23만3429원)을 간신히 웃돌고 있다. 이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의 반대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주총 연기 가능성도”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라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분할·합병안에 찬성하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처럼 논란이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 탓이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29일로 잡힌 주총 날짜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 일부를 조정해 주주와 시장을 설득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는 이번주 초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분할·합병 자산 평가를 일부 재조정하고 관련 비율 등을 손질해 안건을 다시 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추가 자사주 소각 및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방안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주총 안건과 시기를 변경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기존 주주의 신뢰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시장 혼란도 불가피하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주주 눈높이를 맞추지는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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