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통일펀드' 검토할 때 됐다

입력 2018-05-21 17:40  

"통일비용 세금의존도 줄이고
달러표시 채권발행도 검토를"

이철환 < 단국대 겸임교수, 前 금융정보분석원장 >



지난달 27일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남한과 북한의 두 정상은 분단시대의 상징 판문점에서 만나 전쟁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를 열어나갈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통일에 대한 기대와 실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통일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소원이자 말 그대로 ‘대박’이다. 하지만 통일비용 부담이라는 부분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대다수 국민은 통일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직접적인 자금 지출과 부담에는 다소 부정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성·운용되고 있는 통일재원은 정부기금인 ‘남북협력기금’뿐이며, 민간부문의 통일재원 조성은 전무하다.

이처럼 통일재원을 지속적으로 조성·적립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통일이 실현되더라도 커다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북한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2015년 중국 주도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빼앗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통일재원 확보를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첫째, 통일이 급진전될 경우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여유 있게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통일은 언제 우리 앞에 불쑥 다가올지 모르는 일인 데다 독일의 통일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수의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의 통일비용은 많게는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둘째, 통일재원 마련에 세금 의존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430조원에 달하는 한 해 예산 규모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금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복지수요가 확대되면서 세금을 추가 징수하지 않으면 재정이 부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세금 의존도를 줄이고 채권 발행, 펀드 조성, 복권 발행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중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기업을 대상으로 조성하는 적립식 펀드가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대북(對北) 비즈니스 기회 등 투자대상이 불확실하고 기업의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여유자금을 유보 중인 기업이 다수라고 한다. 대북 투자 관련 정부공사 입찰 참여 시 특별가산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면 관심을 가질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통일펀드 조성이 현실화할 경우 통일복권도 발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표시 채권 발행을 통해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원운용의 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다.

셋째, 이렇게 조성된 통일자금은 기본적으로 통일사업 수행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통일사업 발굴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의 재개,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 등을 우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60년 이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DMZ)를 친환경 관광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AIIB와의 연계를 통해 조성된 재원의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안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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