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시간 만에 입장 바꾼 경총… 송영중 부회장 '입김' 있었나

입력 2018-05-22 01:07  

고용부 출신에 노사정위 활동
'노동계 편향' 우려가 현실로
"회원사 고려 안한 배임행위"



[ 백승현/최종석 기자 ]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미 지난 19일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다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경총과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 임금 수준을 최저임금위에서 논의·결정할 것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제도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정되도록 국회는 이를 존중해 법안 심의를 중단하길 정중히 요청한다’고 돼 있다.

경총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내부 분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의당 환노위 간사인 이정미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을 때만 해도 경총은 양대 노총과의 합의 사실을 부인했다. 경총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도자료 내용은 사실 무근”이라며 “국회에서의 산입 범위 개편 입법을 촉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경총 입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같은 ‘돌발상황’ 이면에는 지난달 취임한 송영중 경총 상임부회장 역할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료 출신인데다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까지 지낸 송 부회장이 주도해 상황을 뒤바꿨을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다.

경총의 돌변에 대해 “회원사 이해를 고려하지 않은 배임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총은 1970년 12월 설립된 고용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노사관계, 인사관리, 산업안전 등 노동관계 현안에 대해 경영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지난 1월 현재 15개 지방경총을 포함해 총 4303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경총의 권한과 책임을 감안해볼 때 회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노동계, 정치권과 최저임금 산입 범위 등에 대해 비밀리에 이면 합의를 했다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지난달 송 부회장 취임 당시 노동계 편향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경총 가입 1호 회원사인 전방이 경총을 상대로 16.4%의 최저임금 고율 인상을 방기했다며 회원에서 탈퇴한 적이 있다.

백승현 기자/최종석 고용노동 전문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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