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發 수제맥주 전쟁

입력 2018-05-22 07:00  


올 여름 제주 발(發) 수제맥주 전쟁이 시작된다.

지난달 주세법 개정을 계기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맥주 업체인 제주맥주가 전국으로 판매 지역을 확대한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도 이에 맞서 자체 수제맥주 라인업을 강화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그동안 제주에서만 판매하던 '위트 에일'을 이달부터 전국으로 확대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는 31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트 에일의 전국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한다.

제주맥주는 국내에서 가장 큰 수제맥주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8월 첫 제품 위트 에일을 내놨다. 감귤 껍질 등 제주 특산물을 사용해 흑돼지구이 등 제주 향토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맥주는 그동안 위트 에일을 제주 지역 대형 마트와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만 판매했다. 판매량을 늘리기보단 지역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쌓는데 주력했다.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제주맥주 양조장에는 매달 4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곳에 가면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과 함께 제주 위트 에일을 맛 볼 수 있다.

제주맥주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위트 에일을 협찬했다. 판매 지역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기 전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넓히는 방법으로 활용했다.

지난달 수제맥주를 편의점,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제주맥주를 비롯한 수제맥주 업체들이 전국 단위의 유통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수제맥주는 제조 영업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수제맥주로 유명해진 세븐브로이도 히트작인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 지역 맥주 시리즈로 제주맥주에 맞선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청와대 호프미팅에서 건배주로 채택됐던 세븐브로이의 수제맥주는 호프미팅이 열린 후 편의점에서 매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30%씩 뛰었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최초의 수제 맥주 기업으로, 강서·달서맥주처럼 지역 이름을 딴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도 올 여름 수제맥주 전쟁에 가세한다.

이마트는 고급 푸드 마켓인 PK마켓 스타필드 하남·고양점, SSG청담·도곡 등에서 국내 소규모 브루어리(양조장)가 만든 수제맥주 27종을 이달 초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마트 역시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의 일반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소규모 양조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제조사로 강릉 '버드나무', 속초 '크래프트루트(CRAFT ROOT)', 일산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와 울산의 '화수(WHASOO)' 등 4곳의 소규모 양조장과 협력한다.

이마트는 이번 4개 브루어리의 대표 상품들을 시작으로 경쟁력을 갖춘 로컬 소규모 양조장을 추가로 발굴해 국산 수제맥주 라인업을 연내 25개 브루어리, 75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00여억원, 5년 뒤에는 1500억원대를 넘길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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