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공정위도 찬성한 개편안 제동에…셈법 복잡해진 현대차그룹

입력 2018-05-22 07:00   수정 2018-05-22 10:48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보완·개선에 시장 '촉각'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비율 수정 가능성
연내 개편작업 마무리해야 유리하다는 관측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장의 반대로 잠정 중단되면서 기존 개편방안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어도 외국인 주주에게 영향력이 큰 ISS 등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 반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현대차그룹은 개편안 후속 조치를 위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1일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다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로 예정됐던 양사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사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 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지난 2년간 준비해 온 지배구조 개편안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개편 작업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을 시작으로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잇단 반대 권고 이후 합병안 통과는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여기에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자문 계약을 맺은 기업지배구조원마저 반대를 권고하면서 결국 현대차그룹이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주주 의견 등을 수렴해 기존 개편안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수정·보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등이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한 것도 분할·합병 비율의 불만이었던 만큼 합병비율 조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기존 개편안을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시간적 촉박함을 고려하면 수정안 가능성이 높다"며 "주주들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분할·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방향으로 그룹사 간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의 인적 분할 비율은 0.79 대 0.21,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 대 0.61이었다. 알짜사업인 모듈·사후서비스(AS)부문은 넘기는 대신 존속부문(미래차부품·투자사업) 주식 0.79주와 글로비스 주식 0.61주를 갖고 오게 돼 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준성 메르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분할·합병 비율을 변경한다거나 현대차·기아차·모비스 3사 동시 분할·합병안도 가능하다"며 "모비스의 분할 두 회사를 먼저 상장시키고 상장된 시가 기준으로 글로비스 합병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수정하더라도 지주회사가 아닌 지배회사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지주회사 전환은 향후 인수·합병(M&A)에 제약이 따르는 데다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팔아야 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그룹 측 시각이었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올해 25조원으로 예상되는 존속 모비스의 매출 규모를 오는 2025년 44조원(미래차사업 25%)으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미래성장 사업전략을 발표한 배경은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시나리오에서 나왔다.

시장분석가들은 정부 요구사항인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 외에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그룹 주가가 낮은 현 시점이 지배구조 변경의 적기로 판단한다.

김준성 연구원은 "공정위가 빠른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원하고 있어 너무 늦출 수는 없다"면서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봤을 때 적어도 6개월 안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개편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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