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부시 카트 동행 외교결례 논란
박근혜-오바마, 백악관 묘목 가져와 세월호 추모
블레어하우스 3박의 의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방미길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역대 한미정상회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한미정상회담은 주요의제 못지않게 다양한 에피소드로도 주목을 받았다. 우애를 다지는 예우와 접대,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 이외에 더 이슈가 됐던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김영삼-클린턴 조깅외교 '체력 대결'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만남은 당시 주요 의제보다도 두 정상이 함께 했던 조깅이 큰 이슈가 됐다. 골프광으로 소문난 클린턴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게 골프 회동을 제안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재임 때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국민들과의 약속을 들어 거절했다. 대신 평소 조깅으로 건강 관리를 해왔던 김 전 대통령이 조깅을 함께 하자고 역제안했고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역사적인 조깅외교가 이뤄졌다.
조깅은 단순히 조깅으로 끝나지 않았다. 조깅은 김 전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과 소통을 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의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쓰여졌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속도를 높여 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기싸움만 한 것은 아니다. 밀때 밀고, 당길 때 당길 줄 알았던 김 전 대통령은 조깅이 끝난 뒤 청와대 녹지원 옆 수영장을 이용해 클린턴 대통령에게 수영을 하도록 권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2004년 펴낸 자서전 '나의 인생(My Life)'에 따르면 "그곳에는 실내 수영장이 있었고 몸을 담그려고 하자 갑자기 음악이 흘러 나왔다.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재즈에 이르기까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 수영을 했다"고 회고되어 있다. 이 의전이 클린턴 대통령의 마음에 꽤나 들었던 모양인지 그는 자서전에서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의회 연설이 끝난 뒤 나는 한·미간의 오랜 동맹에 대한 감사와 그것을 유지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한국을 떠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명박-부시 차량외교 '우리는 동반자'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지 워커 부시 전 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당시 큰 논란이었던 쇠고기 파동 못지 않게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된 장면이 있다. 바로 두 정상이 함께 골프 카트를 나란히 탄 장면이 그것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카트 운전대를 잡고 부시 대통령이 조수석에 앉으면서 두 정상 간 유대 관계를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을 초대한 부시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아야 그림이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외교적 결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후 그 해 8월, 이번엔 반대로 부시 대통령이 방한해 이 전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이 전 대통령의 차량에 동승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미국 대통령은 해외 출장 때 전용 방탄 차량인 '캐딜락 원'을 공수해 온다. 미국 대통령이 '캐딜락 원'이 아닌 다른 차량에 타는 것은 관례상 극히 드문 일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의 차를)내가 좀 타도 되느냐"고 먼저 물으며 동승을 제안했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 '윤창중으로 빛 바랜 ' 박근혜 방미 이어 오바마 '세월호 애도'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첫 만남은 주요 현안이 있었다기보다 두 나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특히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지 60년을 맞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은 중요한 성과였다.
하지만 한미정상의 만남보다 더 큰 이슈가 됐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그것이다.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했던 윤 전 대변인은 주미 한국 대사관의 파견 여직원을 성추행해 귀국 직후 직권면직됐다. 당시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단일한 목소리를 내며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었던 정상회담이 윤 전 대변인의 사고로 인해 빛이 바랬다"고 평가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4월 한국을 찾았다.
당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을 시기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때 세월호 침몰사고를 의식해 "화려하지 않은 일정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상당수의 의전행사가 취소됐고 청와대 업무만찬도 음악없이 진행됐다.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오바마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들께 위로의 뜻을 전하겠다"며 단원고에 미국 백악관의 '잭슨 목련' 묘목을 전해 많은 한국인들이 위로를 받았다.
▲블레어 하우스에서 3박했던 문재인 대통령, 이번엔 1박만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블레어하우스에서 1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미국 순방 3박 5일 일정을 수행했던 문 대통령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백악관의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에서 묵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3박 모두 블레어하우스에서 머무는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이때문에 '파격적인 예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블레어 하우스는 백악관 맞은편에 위치한 외국 정상 전용 숙소다. 100여 개의 방을 갖춘 4채 짜리 건물이다. 방은 총 119개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침실은 14개, 욕실이 무려 35개다.
블레어 하우스의 본관은 1824년 개인주택으로 건립됐으나 1836년에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자문역이던 프란시스 프레스턴 블레어에게 팔린 뒤 블레어 하우스라고 불리게 됐다.
특히 몇년 사이 블레어 하우스 이용과 관련한 백악관 내부 규정이 강화돼 3박 이상을 허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문 대통령의 방미 성격이 국빈방문이 아닌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라 2박만 허용됐지만 첫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3박으로 늘어났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한미정상회담은 단 한 번도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수많은 에피소드가 쏟아지는 이유 역시 양국간 관계의 중요성을 대변한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다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있는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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