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변덕이 새로울 건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던 북한이 올해 들어 갑자기 대남 대화 공세를 편 것부터가 그렇다. ‘4·27 남북한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위해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처럼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냈다. 그러던 북한이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식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일방적인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 탈북 식당 여종업원 송환 요구 등 상식에 어긋난 억지와 무례를 부려가며 대한민국을 흔들어대고 있다.
‘풍계리 사건’은 그런 와중에 불거진 것이지만, 그 속에 담긴 오만함은 대한민국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폐기하는 장면을 남측에도 취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 정부였다. 그에 따라 준비해 온 언론사 취재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입북을 막은 행위는 단지 언론사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농락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 남북한 정상회담을 전후해 개통한 최고지도자 간 직통전화와 실무부처 간 통신선은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쇼’였음이 분명해졌다.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을 향해 던지려는 ‘풍계리 메시지’가 무엇이든, 할 말이 있다면 통신라인을 통해서 얼마든지 밝힐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탈북인사의 북한 실상 폭로 등에 대한 불만을 기관지 보도를 통해 늘어놓은 것 외에 통신선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속내가 뻔하게 읽힌다. 북 정권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온 문재인 정부의 ‘선의’를 이런 식의 무례와 횡포로 갚는다면 국제사회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더욱 좁히게 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측의 대응 태도다. 북한의 저질스런 행태에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이다. 풍계리 행사에 대해 북한 정권이 저지른 무례와 횡포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북한의 그동안 행태로 볼 때 당당하게 처신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을 더 우습게 보고, 풍계리 이상의 횡포를 일삼을 게 뻔하다. 북한 김정은의 ‘통 큰 처분’을 기다리는 신세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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