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러브콜 보내는 뷰티 인플루언서는 누구?
1인 미디어의 스타들
블로그·유튜브·인스타그램 통해
제품 특징이나 사용기 공유
솔직한 후기로 소비자들 공략
화장품社, 전담 직원 두고 관리
된다·이사배·포니·씬님 등
메이크업 후기 올릴 때마다 히트
업체와 협업으로 화장품 출시
K뷰티 알리는 선봉장들
화장품업체 하루 5곳 탄생
'1인 미디어 마케팅' 강화
인플루언서 기획사도 출범
[ 민지혜 기자 ]
‘된다’라는 닉네임으로 뷰티 만화가 활동을 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정나영 씨(32)는 1주일에 1건씩 화장품 사용 후기 만화를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4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며 시작한 뷰티 만화는 이제 직업이 됐다. 한 달에 100만~200만원어치씩 화장품을 구입해 써봤다. “이건 지성피부엔 별로다” “가성비가 갑이다” 등 그의 솔직한 후기를 만화로 접한 소비자들이 블로그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현재 16만 명을 넘어섰다.
정씨가 블로그에서 추천한 클레어스 클렌징오일, 얼라이브랩 코튼캔디볼 등의 매출이 급증했다. 스킨푸드, 크리니크, 데코르테 등 매출이 급증한 브랜드는 무슨 일인가 싶어 검색해본 뒤 정씨에게 광고만화를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광고에 이어 제품 협찬까지 받기 시작했고, 직업으로 삼아도 될 만큼 충분한 돈을 벌고 있다. 최근엔 뷰티 인플루언서 전문 기획회사인 아이스크리에이티브에서 연락이 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정씨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채널로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라며 “제품 후원을 받더라도 솔직한 후기, 나만의 강점인 만화 콘텐츠로 차별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 마케팅 새 트렌드로 부상
정씨처럼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영향력 있는 개인을 말한다. 1인 미디어다. 블로그에서 시작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뷰티쇼’라고 부르는 메이크업 동영상을 올리는 뷰티 인플루언서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른다. 광고대행업계에 따르면 포니, 이사배, 씬님, 라뮤끄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동영상 한 건에 최대 몇천만원의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업체들은 인플루언서를 전담 관리하는 직원을 따로 두고 있다. 신제품이 나왔을 때,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 이들을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효과도 뛰어나다. 이들의 유튜브 페이지 구독자가 실소비층이어서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메이크힐이 홀리 라뮤끄 씬님 등 인플루언서 3인과 협업해 제작·판매한 에어젯 벨벳 립스틱은 1차 생산량이 모두 팔렸다. 3명의 유튜버가 해당 제품으로 메이크업하는 노하우 동영상을 올린 덕분이다. 메이크힐은 2차 상품을 기획 중이다.
화장품업체와 인플루언서의 ‘협업’은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인플루언서 포니가 화장품업체 미미박스와 협업해 내놓은 샤인이지글램 아이섀도 팔레트는 출시 40분 만에 2만5000개가 팔렸다. 최근 글로시데이즈는 이사배의 추천제품으로 구성한 이사배박스(2만9900원)를 내놨는데 5분 만에 4000박스가 다 나갔다. 5분 만에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대기업도 인플루언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인플루언서 고밤비와 함께 내놓은 ‘크림투샤인 틴트’는 3분 만에 완판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아만다와 손잡고 내놓은 라이크미 립스틱, 클리오가 씬님과 함께 제작하는 화장품 세트, 이사배가 수아도르와 기획한 브러시 등 협업 사례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경험 공유하는 강력한 채널 역할
뷰티 인플루언서가 K뷰티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새로운 산업 트렌드를 조성한다는 분석이다. 인플루언서가 ‘1인 창업가’로 변신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전문 기획사가 등장했다. 아이스크리에이티브는 10여 명의 인플루언서와 전속계약을 맺는 한편 프리랜서 100여 명과도 협업 체제를 갖췄다. 화장품업체와의 협업, 제품개발,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김은하 아이스크리에이티브 대표는 “과거엔 미용실 원장, 옆집 언니가 경험을 얘기해주는 사람이었다면 이젠 인플루언서가 경험을 공유해주는 시대”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브라이트로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8%가 인플루언서의 제품 리뷰를 친한 친구의 추천만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광고비가 비싼 연예인보다 친근하면서도 매출 증대 효과가 뛰어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기업이 더 선호하는 이유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해 ‘인플루언서 프로그램’을 처음 내놨다. 아마존이 선정한 파워 인플루언서는 자신만의 도메인 주소를 부여받고 제품을 홍보, 판매할 수 있다. 그 수익을 아마존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인플루언서의 홍보효과, 그로 인한 구매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획사들은 점차 발을 넓혀가고 있다. 김 대표는 파워 인플루언서 이사배가 설립한 회사 ‘이사배 아트’의 이사로 활동하면서 개인활동을 지원해주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소속사 또는 프리랜서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개인 회사를 세울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준다. 김 대표는 씬님과 UFO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인플루언서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1인 미디어가 됐다”며 “미국 중국 일본 브랜드에서 협업하자고 연락 오는 사례가 작년보다 세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K뷰티 1인 창업 ‘붐’
인플루언서 트렌드는 K뷰티 창업 붐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TV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인플루언서의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는 2013년 3884개에서 2016년 8175개로 급증했다. 지난해 1만80개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매일 5개 회사가 생긴 것이다. 한 신생 화장품업체는 “인플루언서를 따라다니는 사람은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 젊은 여성”이라며 “신생 브랜드일수록 인플루언서의 인지도와 추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견 업체도 인플루언서에 돈을 쏟아붓는다. 유튜브 구독자 수 5만 명, 10만 명, 30만 명, 50만 명, 100만 명 등 기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넘는 인플루언서는 동영상 1개 올리는 데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까지 받는다. 월수입이 5000만원을 넘는 뷰티 인플루언서도 수십 명에 달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 마케팅 전문업체 미디어킥스는 미국 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164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3년 동안 최대 400% 급성장해 2020년엔 100억달러(약 10조8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 광고업체들이 지난해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쓴 돈만 10억700만달러(약 1조895억원) 규모로 올해는 16억달러(1조7312억원), 내년엔 24억달러(2조5968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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