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사이언스] 병 없었지만 안락사 택한 104세 과학자… 신체나이 60대 였다면 삶 포기 했을까?

입력 2018-05-23 16:28   수정 2018-05-23 16:29

바이오 투자 리포트 - 임정희 < 인터베스트 전무 >

생명공학이 가져다 줄 새로운 세상

면역항암제 개발로 완치율 늘고
유전자 가위로 노화방지 시대 앞당겨
한국 바이오벤처 기술 개발에 '기대'




지난 12일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데이비드 구달이라는 호주 생태학자가 104세의 나이로 약물에 의한 죽음을 선택했다. 그는 특별한 질병은 없지만, 6년 전부터 시력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혼자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만약 구달 씨가 신체 나이가 60대였더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아마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명공학은 앞으로 인간을 죽게 만드는 주요 원인을 막아주는 것과 수명 연장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해줄 것이다. 암 퇴치와 노화방지에서 사례를 찾아보자. 한국인들의 최대 사망 원인인 암은 생명공학기술 덕분에 완치가 가능해지고 있다. 기술발전에 따라 항암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인데, 최초 화합물 기반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의 증식을 방해하는 기전을 사용했다. 이들 화합물 기반 항암제는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암환자들은 탈모, 빈혈 등을 수반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치료 효과도 생명을 수개월에서 수년간 연장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근원적으로 사멸시킨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악성 흑색종 암에 걸렸으나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후 완치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직은 치료 가능한 암 종류가 혈액암 등으로 제한적이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생명공학기술에 의해 모든 암이 정복될 것이라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또 다른 분야인 노화에 있어서 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상을 살펴보자. 노화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고 쇠약해지는 과정이다. 80세에 접어들면 많은 생체기능과 기관들의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기존 대비 청각은 30%로, 폐활량은 50%로, 간 중량은 80%로, 흉샘 중량은 5%로 줄어든다. 노화를 방지하면서 건강한 신체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결책으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치료방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한 리주비네이션 바이오는 애완용 개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노화를 방지하고 젊은 육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처치 교수는 130세를 살면서 축적된 경험을 보유한 22세의 신체를 가진 신인류 탄생도 예상한다.

생명공학은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을 퇴치하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게 한다. 구달 씨가 직면했던 삶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들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최절정의 시기를 오랜 기간 향유하게 함으로써 인류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많은 사법체계, 관습, 문화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면 평균수명이 60세인 사회에서 잘 운용됐던 일부일처제가 100세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생명공학기술은 이러한 상상을 점점 더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 한국 바이오벤처기업들도 뛰어난 역할을 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유전자가위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생명공학기술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세상에서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세계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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