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은행 대출·M&A '8년 족쇄' 풀렸다

입력 2018-05-23 19:18   수정 2018-07-25 00:00

의회, 도드-프랭크법 대폭 수정
월가 '12개 大馬' 제외한
모든 은행 규제·감독 최소화

트럼프, 빠르면 이번주 서명



[ 이현일 기자 ] 미국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규제 완화에 본격 나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규제 강화를 위해 제정했던 도드-프랭크법을 수정해 중소 규모 은행의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부터 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도드-프랭크법은 금융회사를 과도하게 얽매고 있을 뿐”이라며 법 개정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저해해온 재앙”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지역 중소기업·부동산 경기 활성화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중소형 은행의 대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도드-프랭크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 하위 규정 개정을 거쳐 시행된다.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과도한 규제에서 경제를 해방시키는 중대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수정안의 핵심은 중소 규모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다. 대형 은행으로 간주돼 최고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는 은행의 자산 기준을 종전 50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에서 2500억달러(약 270조원) 이상으로 높였다. 실질적으로 미국 내 12개 초대형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이 집중 규제에서 풀려나 중소 규모 은행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산이 100억달러(약 11조원) 미만인 은행은 자기자본거래를 금지하는 볼커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볼커룰은 상업은행 등 금융회사가 고객 돈으로 고위험 투자를 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은행지주회사와 대형 비은행 금융회사의 헤지펀드·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자기자본의 3%로 제한하고 있으며 파생상품 거래도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소형 은행은 자본건전성만 유지하면 은행 재량으로 지역 중소기업이 발행한 고위험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도 소득 등 대출자 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대형 은행 규제도 풀리나

이번 도드-프랭크법 수정안에는 월가의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 완화는 빠져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획기적 금융규제 완화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률안이 지난 3월 상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축소, 볼커룰 전면 완화 등의 조항이 대거 제외됐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은 주정부 등 지방자치단체 채권을 현금·국채와 함께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받아 가용 자금이 소폭 늘어나는 혜택을 받는 데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올해 안에 상원과 하원을 통과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금융규제 완화 법률 개정안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은행에 적용되는 볼커룰이 전면 폐지 또는 완화되면 세계 금융시장에도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볼커룰이 완화되면 JP모간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 등 미국의 6대 은행에서 풀릴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최소 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금융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경기침체를 초래했던 금융감독 부재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도드-프랭크법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제정한 금융규제법.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과 바니 프랭크 하원의원의 이름을 땄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분리, 대형은행의 자본 확충 의무화, 파생상품 거래 제한 등 광범위한 규제가 담겼으며 2010년 7월 발효됐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업무를 엄격히 나눈 1930년대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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