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통계로 확인된 소득주도성장의 '민낯'
최저임금 쇼크…하위 20% 소득 역대 최대 '추락'
상위 20% 가계소득은 9.3%↑…사상 최대 급증
"성장·분배 모두 실패…소득주도 성장 재검토해야"
[ 김일규/이태훈 기자 ] 증가 추세를 보이던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올 1분기에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가계소득 증가→소비 확대→투자 호조→일자리 증가’의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취업자 수 급감에 따른 소득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은커녕 분배마저 실패했다”며 “취약계층을 더 곤경에 빠뜨리기 전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취약계층 소득 감소시켰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결정된 작년 7월 “임금 격차 해소를 통해 불평등이 완화될 것”이라며 “성장·고용·복지가 함께 가는 선순환이 실현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했다. 영세사업주는 부담이 있겠지만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정부 기대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 결정 후 고용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했다. 올 들어 2월부터 3개월 연속 취업자 수 증가 폭(전년 동기 대비)은 10만 명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만~40만 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고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 대란은 결국 취약계층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128만6702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8% 줄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는 272만2638원으로 같은 기간 4%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의 고용이 줄어들면서 나온 결과”라며 “올해 최저임금을 예년 수준으로만 올렸다면 이 정도로 소득이 줄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밀어 올린 상위계층 소득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의 1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은 1015만1698원으로 지난해보다 9.3% 늘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의 증가 폭이다. 상위 20~40%(4분위)는 561만3572원으로 같은 기간 3.9% 증가했다.
상위계층의 소득 증가는 지난해 기업 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장 기업 기준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40%가량 증가했다”며 “이익 증가에 따라 올해 보너스를 받아 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해석은 다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공장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면서 이에 연동되는 성과급도 뛰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 소득은 줄고, 상위계층 소득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자영업 근로자 간 소득 격차를 키웠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해야”
소득 하위계층과 상위계층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분배지표는 더 악화했다. 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5분위 배율)은 1분기 5.95배로, 지난해 1분기 5.35배에 비해 더 확대됐다.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격차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며 분배를 우선으로 내세운 정부가 오히려 소득 격차를 늘렸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약자들이 고단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복지와 분배는 좋지만 정부가 부작용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인상 폭 결정 시 이런 점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일규/이태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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