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앞세운 中보다
안전성·내구성 검증된
한국 부품사 선택한 듯
커넥터시장 年7.3% 고성장
전기車시대 맞아 더욱 각광
[ 정영효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4일 오후 3시51분
2008년 파산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12월 앱티브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출발한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가 해외 생산거점 가운데 하나로 다시 한국을 선택했다. 자동차 커넥터 제조업체 KUM 지분 100%를 인수해 한국 시장으로 되돌아왔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델파이의 귀환은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다. 델파이가 극심한 노사 갈등 속에 국내 합작사업을 매각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델파이는 1984년 미국 델파이와 대우그룹이 각각 50%를 출자해 세운 회사다.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대우가 보유한 지분 50%는 채권단에 넘어갔다. 한국델파이 노조는 채권단이 보유지분을 팔려고 할 때마다 실사를 저지하며 거래를 가로막았다. 채권단은 2008년과 2010년 잇따라 매각을 연기한 끝에 2011년이 돼서야 이래CS에 지분을 팔 수 있었다.
2015년 델파이가 한국델파이 보유지분 50% 매각에 나서자 노조는 인수후보 가운데 하나였던 S&T그룹의 구조조정 전력을 문제 삼아 인수저지 시위를 벌였다.
델파이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국내 부품회사의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인정한 결과라는 게 업계 평가다. KUM이 생산하는 자동차용 커넥터는 안전성과 내구성 등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부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에 커넥터가 잘못되면 전자장비가 작동하지 않는 정도로 끝나지만 전기자동차에선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품”이라고 말했다. 커넥터는 자동차 내 전장부품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내세우는 가격 경쟁력보다 한국 부품업체들이 우위를 지닌 품질 경쟁력이 중요한 부품이라는 설명이다.
자동차가 첨단 정보기술(IT) 장비로 변모하면서 커넥터 시장도 커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커넥터 시장 규모는 15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산된다. 자동차업계는 커넥터 시장 규모가 2023년까지 매년 7.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커넥터를 많이 사용하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신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델파이의 내부사정도 KUM을 인수한 배경으로 꼽힌다. GM의 자동차 부품사업부에서 독립한 델파이는 2005년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2008년 파산했다. 지난해 12월 회사를 분할해 앱티브와 델파이테크놀로지스라는 두 개 회사로 새로 출범했다. 델파이의 기존 커넥터사업부를 앱티브가 가져왔다.
KUM을 인수하면 델파이가 현대자동차를 주요 고객으로 맞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UM은 생산물량 중 상당 부분을 현대차와 현대차의 1차 부품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KUM은 전성원 현 대표의 부친이 1987년 일본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업체다. 창립 당시 회사 이름은 한국유니온머시너리였다. 전 대표는 1999년 지분 100%를 확보해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KUM으로 사명을 바꿨다.
델파이는 5년간 KUM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델파이를 자문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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