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000만 시대…펫보험, 집사 마음 못 잡은 이유

입력 2018-05-25 09:33   수정 2018-05-28 09:56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지만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안전주의적인 상품 구성이 반려동물주(主)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는 NH농협손해보험(반려동물장제비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보험(펫사랑M정기보험)·롯데손해보험(롯데마이펫보험)·삼성화재(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현대해상(하이펫애견보험) 등이다.

가입 실적은 미미하다. 각 사의 펫보험 가입자는 연간 수 백 건에서 1000여 건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 마리가 넘어섰다는 국내 반려동물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로 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들쭉날쭉한 진료수가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보험상품의 내용이 부실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반려동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는 내용이 많고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여기에 월 납부금액이 높아 현실적으로 가입을 꺼리게 되는 문제도 있다.

판매중인 펫보험 중 NH농협손보의 반려동물장제비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펫사랑M정기보험은 반려동물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보험이 아니다.

반려동물장제비보험은 이름 그대로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 장례비용을 제공하는 보험이다. 보험기간도 1년으로 짧아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어렵다.

펫사랑M정기보험은 반려동물주가 사망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한다. 사망보험금보다는 보험료 1년 납입시 10년간 주어지는 용품 할인과 무료 케어 혜택 등을 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펫사랑M정기보험의 경우 사망보험금과 별도로,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반려동물을 위탁업체에 인계해 새 주인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삼성화재와 롯데손보, 현대해상은 반려동물의 의료비를 지원해 주는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 그러나 3개사 모두 만 6세가 넘으면 가입이 불가능하고, 보험료도 월 4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높은 편이다.

현대해상과 삼성화재는 고양이 등 기타 반려동물은 가입이 불가능하고 개만 가입할 수 있다. 반려묘를 보험에 가입시킬 수 있는 곳은 롯데손보가 유일했다.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의료비 보전 혜택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입양 초기에 많은 부담이 되는 예방접종은 보험에서 제외된다. 선택적 치료가 아닌 반드시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보험비에 포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가정에서 기르는 소형견들이 주로 걸리는 슬개골·고관절 탈구 등 유전적 질환, 치료비용이 높은 치과 치료, 중성화수술 등도 보험에서 제외된다.

반려묘를 기르고 있는 한 반려동물주는 "보험료가 생각보다 높아 보험 가입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며 "막상 내용을 봐도 실제로 돈을 쓰게 될 것 같은 부분은 보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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