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백세] 부정맥은 치료 안 받아도 된다고? 심방세동 방치땐 뇌졸중 온다

입력 2018-05-25 18:22   수정 2018-05-26 05:26

최의근 순환기내과 교수


[ 이지현 기자 ] “부정맥은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입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부정맥이라고 해도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부정맥 환자 중 일부는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진단에 따라 좀 더 신경 써 관리해야 합니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는 “부정맥 중 국민 1% 정도가 앓고 있는 심방세동은 방치하면 뇌졸중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받은 환자는 항응고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부정맥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내과 의사다. 지난해 환자 1만846명의 치료데이터를 분석해 심방세동을 방치하면 뇌경색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부정맥은 맥이 고르게 뛰지 않는 질환이다. 환자에 따라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심한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지만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는 환자도 많다.

치료할 필요 없는 부정맥 환자도 있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덜컹덜컹하는 것 같은 기분에 환자 스스로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스트레스 등 악화 요인이 사라지면 증상이 개선되는 일이 많다. 부정맥을 진단한 의사에게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는 진단을 들었다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꼭 치료해야 하는 부정맥이다. 심장 문제 때문에 돌연사하는 사람의 80~90%는 심근경색이 원인이다. 나머지 환자는 부정맥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부정맥은 유전 요인 때문에 생긴다. 가족 중 젊은 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사람이 있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심장이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뛰는 서맥이 있으면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 어지럼증 때문에 자주 쓰러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심장이 멈출 위험도 있다. 몸 속에 심장박동기를 이식해 심장이 갑자기 멈췄을 때 충격을 줘 심장이 다시 뛰도록 도와야 한다.

심방세동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심장은 1분에 60~100번 수축 운동을 하며 몸 속에 혈액을 공급한다. 심방도 같이 움직인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미세하게 떨리는 질환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심방이 350~600번 정도 뛴다. 심장이 제대로 수축되지 않다보니 피가 잘 돌지 않는다. 자연히 피가 엉길 위험이 높다. 최 교수는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뒤에야 심방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환자가 많다”며 “심방세동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다섯 배 정도 높다”고 했다.

심방세동 진단을 받으면 상태에 따라 약을 복용하거나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리듬을 정상으로 돌리는 치료를 한다. 심방세동의 원인을 찾아 없애는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혈액이 엉기는 것을 막는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약 복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는 “심방세동 환자 중 고혈압, 당뇨, 심부전증이 있거나 나이가 65세 이상이면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며 “이상이 없어도 반드시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그는 “뇌졸중과 같은 큰 병을 막을 수 있도록 국가 건강검진에 심전도를 포함해 심방세동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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