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 최적…기업들 임대시장 속속 진출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성 공무원 A씨는 서울가산디지털단지의 오피스텔에 산다. 출?퇴근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오피스텔과 가까운 가산디지털역(1·7호선)에서 광명역까지 이동한 뒤 KTX를 탄다. A씨는 “세종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처음엔 좀 걱정을 했는데 광명역까지 불과 3정거장 거리라는 걸 알고 거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가 수많은 오피스텔을 마다하고 굳이 가산디지털단지에 둥지를 튼 보다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보다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라는 점이 맘에 들어서다. 이 오피스텔은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는 ‘어바니엘 가산’이다. 건물 1층 로비에는 호텔처럼 입주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보안 요원이 24시간 상주한다.
◆안전한 기업형 오피스텔…여성들 ‘선호’
기업이 도심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아직 많지 않다. 롯데자산개발 외에 코오롱글로벌, 신영, KT에스테이트 등이 2~3년 전부터 뛰어들었지만 실제 운영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노준호 롯데자산개발 주거사업운영담당 팀장은 “기업이 책임지고 입주자들에게 보안, 임대차 관리, 시설 점검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호텔처럼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주거서비스가 개인 투자자들이 분양받아 개별적으로 세를 놓는 일반 오피스텔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어바니엘 가산이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는 보안과 안전서비스다. 건물에는 CCTV만 120개가 설치돼 있다. 1층 생활지원센터 상황판의 모니터를 통해 건물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건물 주변에 취객이 어슬렁거리면 보안 요원이 즉시 쫓아내기도 한다. 여성 전용 주차공간도 설치했다. 여성 거주자들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이유다.
신림동의 원룸에서 거주하다가 지난달 이곳으로 이사왔다는 30대 회사원 B씨는 “예전에는 문제가 있으면 그때마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지만, 여기서는 월패드, 24시간 콜센터 등을 통해 언제든지 불편한 일이 있으면 즉시 해결이 가능해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임차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용설비와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것도 일반 오피스텔과는 다른 점이다. 어바니엘 가산의 로비 한 쪽에는 무인택배함과 코인세탁실이 설치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입주자들이 자유롭게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북카페가 마련돼 있다. 세미나, 회의실 등으로 쓰일 수 있는 멀티룸도 있다. 입주민 전용 창고, 탁구대 등도 놓여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롯데렌탈과 제휴해 어비니엘 가산 지하 1층 주차장에 카 셰어링 서비스용 ‘그린카’ 3대를 설치했다. 1층에는 계열사 편의점인 세븐 일레븐도 들어와 있다.
◆1~2인 가구에 최적의 공간, 외국인도 찾아
기업이 서울 도심에서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대부분 오피스텔이다. 원룸형이 거의 대부분이다. 어바니엘 가산을 예로 들면 각 실의 크기는 전용면적 22㎡(275실), 34㎡(128실)로 구성돼 있다. 임대주택 내부는 일반적으로 침실과 거실, 주방, 화장실 등으로 나뉜다.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 전기 인덕션, 인출식 책상 등은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다만 임대료는 일반 오피스텔에 비해 비싼 편이다. 어바니엘 가산을 예로 들면 22㎡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8만~62만 원, 34㎡가 보증금 1000만원 월 79만~83만 원이다. 주변 일반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실당 40만~50만 원 선이다. 그럼에도 안전과 편의성을 중시히는 여성들이 선호하고 있다. 신영 관계자는 “1~2인 가구 여성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치안”이라며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은 조금 더 돈을 지불하더라도 안전하고 생활하기 편한 곳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주변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건물 1층의 임대차 지원센터를 통해 직접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중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도 기업형 임대주택의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입주자의 절반정도가 20~30대다. 어바니엘 가산을 보면 30대가 29%, 20대가 21%다. 보험 계리사, 공무원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물론 취업 준비생들도 있다. 노준호 팀장은 “일반 오피스텔에 비해 임대료가 높은 편이어서 계약자들을 분석해보면 기업 임원, 중간간부, 전문직 종사자 등이 많다”며 “호텔과 비슷한 주거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임대료는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가산디지털단지로 파견 나온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임대 계속 늘 듯
최근 기업형 임대시장에 진출하는 대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신개념 주택임대 서비스 브랜드 ‘커먼 라이프’를 내놓았다. 토지주들과 함께 개발, 임대, 운영, 시설관리까지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첫 프로젝트로 서울 역삼동에 72가구의 임대주택을 올해 하반기에 완공해 운영할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서울 압구정동 청담동 여의도 등의 대형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리모델링해 여성 1인 가구 전용 셰어하우스 ‘커먼타운’ 11곳도 운영 중이다. 셰어하우스 선호도가 높은 여성 수요를 겨냥했다. 여성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인테리어와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고급 매트리스와 주방용품, 개인 식기까지 갖추고 있다.
KT는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를 통해 ‘리마크빌’이라는 전문 임대주택을 출시했다. ‘리마크빌’은 1인 가구를 위한 초소형 오피스텔이 주를 이룬다. KT가 공급한 ‘영등포 리마크빌’에는 나홀로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반려동물 입주가 가능한 ‘펫 존’ 세대를 배치했다.
롯데자산개발은 자사의 기업형 임대주택 1호인 어바니엘 가산에 이어 하반기에 ‘어바니엘 염창역’, 내년에 서대문구 충정로 일대에 ‘어바니엘 충정로’ 등을 오픈할 계획이다. 또 롯데몰, 세븐일레븐, 롯데시네마, 롯데JTB, 롯데리아 등 롯데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을 전국의 500개 현장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본처럼 기업이 임대주택 주 공급원이 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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